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자국 항공사에 미국 보잉사 항공기를 받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더 이상은 무의미한 만큼, 다른 부문에서 반격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 일환으로 자국 항공사에 보잉 항공기를 더 이상 인도받지 말 것을 명령했다”며 “중국 항공사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항공기 관련 장비 및 부품을 구매하는 것도 중단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명령은 중국이 지난 12일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보복 관세율을 125%로 상향한 이후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관세 부과만으로도 미국산 항공기와 부품의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라 중국 항공사들이 보잉 항공기를 수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중국은 보잉 항공기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항공사에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 737 맥스 항공기./로이터 연합뉴스

에비에이션 플라이트 그룹에 따르면, 중국 남방항공과 국제항공, 샤먼항공이 각각 두 대씩 보잉 737 맥스 항공기를 인도받을 예정이었다. 이를 포함한 중국 공급량은 약 10대다. 한 관계자는 “12일 중국이 발표한 관세가 발효되기 전, 이들 항공기 중 일부에 대한 인도 서류 작업과 지불이 완료됐을 수 있다”며 “해당 항공기들은 사례별로 중국에 입국이 허용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중국은 과거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보잉 737 맥스 추락 사고를 이유로 2019년 보잉 항공기 구매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 2023년 11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보잉 항공기 구매 동결을 해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까지 중국이 보잉 항공기를 대량 구매했다는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소량 구매는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최대 항공기 시장이다. 향후 20년간 전 세계 항공기 수요의 20%가 중국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 항공 시장에도 타격을 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보잉은 원래 중국 항공사용으로 제작됐던 완제품 항공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는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팬데믹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가 최근에야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공급망이 또다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