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총 104%의 관세 폭탄을 투척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협상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중국이 미국에 맞서 버틸 수 있는 데는 공산당 일당 지배라는 정치 체제 특성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 불안 통제가 용이하다 보니 여론에 취약한 트럼프가 먼저 항복하길 기다릴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정 수준 이상 관세가 높아지면 타격의 정도가 덜해진다는 점도 중국이 가차 없는 대응에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9일 0시 1분(현지시각) 미국 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가 지난 2일 발표된 34%에서 84%로 50%포인트 높여 정식 발효됐다. 이로써 중국은 지난 2~3월 부과된 20% 관세까지 더해 총 104%의 관세를 물게 됐다.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인상한 것은 중국이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맞으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고 했다.
강대강으로 치닫는 관세 공방을 푸는 방법으로 미국 측이 제시한 것은 중국의 ‘선(先) 연락’이다. 레빗 대변인은 “만약 중국이 협상을 위해 연락할 경우, 대통령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50%포인트 높이겠다는 경고에도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맞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 국부펀드와 국영기업을 동원해 무역 전쟁으로 폭락한 증시에 돈을 쏟아붓고, 환율 약세를 허용하는 등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 정면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이유로는 먼저 정치적 환경에 따른 특성이 크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로, 정부 조직과 언론 등을 동원한 사회 통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중국도 국민 경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미국처럼 전역에서 시위가 일어나는 등 사회 불안이 고조될 확률은 낮다. 즉 내년 11월 하원 전체와 상원 3분의 1을 교체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보다는 시진핑이 버티기 유리한 셈이다.
미국 컨설팅 기업 테네오의 가브리엘 윌도 매니징 디렉터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정치적·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중국의 강력한 장치는 또 다른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역시 “중국 관리들은 미국이 트럼프의 관세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만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믿을 수 있다”며 “끝까지 싸우는 대신, 미국 소비자 가격이 오르거나 고용이 감소하기 시작할 때까지만 싸우면 될 수도 있고, 고위 고문과 정부 연구원, 경제학자들 모두 이것이 트럼프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지적한다”고 했다.
미국이 관세를 올릴수록 중국에 가해지는 타격은 미미해진다는 점도 중국이 맞대응에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첫 50% 관세 부과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1.5%포인트 낮추지만, 그다음 50% 부과로 인한 영향은 0.9%포인트로 줄어든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딩 슈앙 중국 및 북아시아 담당 수석 경제학자는 “약 65%에서 관세를 더 인상하면 한계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며 “대부분의 중국 수출품들은 이미 영향을 받았고,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상품은 아무리 관세를 높여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관건은 중국이 미국 경제와 완전히 분리되는 것까지 각오하고 있는지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기술적 자립을 추구해 왔지만,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이라는 개념은 서방이 중국을 처벌하는 방법으로 보고 거부해 왔다”면서도 “이제는 이에(공급망 분리)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7일 “우리는 중국이 초대형 경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적극적으로 다각화된 시장을 구축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다”고 했다. 전날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산 대두·수수 등 농산품 관세 대폭 인상, 미국산 가금육 수입 금지, 미국 대(對)중국 서비스 무역 제한 등 ‘6가지 보복 묘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만간 양국 정상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 행사에서 “어느 시점에서는 중국도 협상하게 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시진핑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역시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놓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미국이 즉각 잘못된 방식을 바로잡고, 모든 대중국 일방 관세 조치를 철폐하며, 경제·무역 탄압을 중단하고, 중국과 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적절히 해결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 역시 이러한 상무부 입장을 강조하며 “우리는 당연히 협상의 문을 닫지 않았지만, 결코 이런 (미국의 현재)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