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맞불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50% 관세를 또다시 추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산 농산품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 등 최소 6가지 카드가 준비돼 있다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국부펀드를 동원해 전날 폭락한 증시 안정화에 나서는 등 무역전쟁 장기전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웨이보(중국판 X) 계정 ‘뉴탄친’은 “구체적인 대미 관세 반격 조치에 관해 몇 가지 최신 소식을 들었다”며 “중국은 적어도 6가지 수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 연합뉴스

첫 번째 조치는 대두와 수수 등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산 닭고기 수입도 전면 금지될 수 있다. 뉴탄친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에서 조류독감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관계자들은 중국 국민의 식품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산 가금류 수입을 금지할 것을 중국에 강력히 권고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합성마약 ‘펜타닐’에 대한 미국과 협력을 중단하는 것도 거론됐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중국에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생산을 단속하라며 총 20%의 보복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뉴탄친은 “미국은 중국의 인도적 지원을 완전히 무시했다”며 “중국의 선의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중상모략하고,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해 중미 펜타닐 협력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라고 했다.

이 외에도 뉴탄친은 서비스 부문에서 미국 기업의 조달 참여를 제한하고, 법률 컨설팅과 같은 사업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미국 영화 수입을 금지하고, 중국에서 막대한 독점 이익을 누리고 있는 미국 일부 기업이 중국에서 지식재산권을 얻는 상황을 조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이러한 카드를 거론하는 것은 갈수록 미국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트럼프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8일까지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34%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는 9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날 오전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 담화문을 통해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 국부펀드 동원해 증시 안정화, 중앙은행은 환율로 수출 기업 지원

중국은 미국에 대한 반격 조치와 함께 내부 시장 지원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날 중국 국부펀드들이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을 대거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국유 투자사이자 4대 국유은행을 포함한 20여개 주요 금융사를 지배하는 중앙후이진은 전날 오후 ETF 보유량을 계속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7%, 선전종합지수가 9% 넘게 하락한 데 따른 조치다. 중앙후이진 외 중국청퉁그룹과 중국궈신 역시 국유기업 주식과 ETF 보유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환율을 통해 수출 기업 지원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7.2038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 달러당 7.1980위안에서 더 위안화 가치를 낮춘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소프트 레드라인’인 달러당 7.2위안을 돌파했다고 했다. 화폐 가치를 낮추면 수출 제품 가격이 낮아져 관세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더 끌어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웰스파고는 위안화 가치가 2개월 내 최대 15% 하락할 수 있다고 봤고, 제퍼리스는 최대 3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키 리우 스탠다드차타드 중국 거시 전략 책임자는 “중국은 (미국의) 공격적 관세 인상 속에서 (경제) 성장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도구의 일환으로 더 큰 외환 유연성을 허용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32%의 상호관세를 물게 된 대만은 미국과 협상에 나섰다.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미국 상호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만 정부 협상팀을 꾸렸다. 단장으로 정리쥔 부행정원장(부총리 격)을 임명하고, 조만간 미국에 파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대만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 카드로 미국산 자동차와 건강식품 등의 수입 확대, 미 국채 매입 등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