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3일,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가 됐다. 대한민국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1024만4550명) 비율이 20%를 넘어선 것.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에 조선비즈는 한국보다 19년 이른 200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중심으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사업과 초고령사회가 낳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을 둔 해외 사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기저귀는 아기만 찰까? 아니다. 남모르게 요실금을 앓고 있는 성인 여성은 물론 질환을 앓고 있어 스스로 화장실에 갈 수 없는 노인도 기저귀의 도움을 받는다. 문제는 기저귀를 언제 갈아줘야 하냐는 것. 아기를 키우는 부모는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기 전인 아이의 기저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고충을 겪는다. 그런데 고령자가 기저귀를 이용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수시로 기저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용변을 본 뒤 오랜 시간 기저귀를 차고 있으면 요로 감염 등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제때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은 필수다.
이 때문인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 ‘CES 2025’에서 일본 반도체 기업 아사히 카세이(Asahi Kasei)가 공개한 스마트 기저귀 시제품은 눈길을 끌었다. 아사히 카세이가 내놓은 스마트 기저귀는 기존에 나온 스마트 기저귀처럼 보호자나 간병인에게 기저귀 교체 알림을 보낸다. 여기까지는 국내 스타트업이 내놓은 기존 스마트 기저귀와 다른 점이 없다. 시선을 끄는 건 배터리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아사히 카세이가 만든 스마트 기저귀에는 전극이 있어 환자 소변으로 전압을 만든다. 언뜻 이해되는 듯하면서도 되지 않는 이 개념에 대해 조선비즈가 아사히 카세이 그룹에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야기 사토시(八木 智史·Yagi Satoshi) 아사히 카세이 일렉트로닉스 주식회사 마케팅&세일즈 센터 솔루션 개발 제2부 제1그룹 주임이 서면으로 답변을 줬다.
참고로 일본 성인용 기저귀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25억1000달러로, 2032년에는 43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6.3%씩 성장하는 셈이다. 요실금 발생 증가, 인구 고령화로 일본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먼저 아사히 카세이 그룹에 대해 소개해달라.
“아사히 카세이 그룹은 1922년에 창립한 종합 화학 회사다. 사명은 ‘대중이 더욱 좋은 생활을 꾸릴 수 있도록 최고의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자’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수전해 수소를 이용하는 까살레 방법으로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하는 등 합성 화학, 화학 섬유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사업을 다각화한 결과 현재는 섬유·화학·전자 부품을 포함한 ‘머티리얼’, 주택·건자재 사업을 하는 ‘주택’, 의약·의료 사업을 하는 ‘헬스 케어’ 3개 영역에서 사업을 한다. 한국에서는 화학·섬유·전자 부품·전자 재료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성인용 스마트 기저귀는 아사히 카세이 그룹 내 어느 팀에서 개발한 것인가.
“아사히 카세이 그룹에서 전자 부품 사업을 하는 아사히 카세이 일렉트로닉스에서 콘셉트를 발표했다.”
─성인용 기저귀 개발 계기는 무엇인가.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봤기 때문인가.
“수년 전부터 매우 적은 전력으로 사람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비접촉 청진기, 비접촉 체온계 등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빌딩 배관 누수 검지 센서에 사용되는 기술을 소변에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저귀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특히 기저귀의 쓰임을 조사하던 중 간병, 의료 현장에서 기저귀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교체하거나, 교체 후 기록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마트 기저귀는 기저귀를 눈으로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기록을 자동화해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돌봄을 받는 입장에서도 자존감이 손상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기저귀 안에 설치된 전극이 환자의 소변을 감지해 소변이 전압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배터리 없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쉽게 설명해달라.
“초등학교 과학 실험에서 나오는 레몬 전지를 떠올려보자. 기저귀에서는 전해액이 레몬 과즙이 아니라 소변이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전해액(수분)이 있으면 전기가 발생한다. 이렇듯 스마트 기저귀에서 소변을 이용해 생성된 전력을 사용해 스마트폰과 같은 스마트 기기에 블루투스를 이용,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를 알리는 알림을 보낼 수 있다. 물론 소변이나 수돗물과 같은 액체를 이용할 때는 발전량이 미약하다. 하지만 우리만의 기술력으로 전자 기기를 동작시킬 정도의 발전량을 만들 수 있다.”
─소변으로 만들 수 있는 발전량은 적지만, 아사히 카세이만의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는 소변으로 생성하는 전력의 절댓값을 높이지는 않는다. 다만 스마트 기저귀에는 아사히 카세이의 초저전력 부스트 컨버터(전압을 높이는 반도체)인 AP4470L가 탑재된다. 소변이 전해질로 작동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도 초저전력 부스트 컨버터가 소변 내 수분이 만든 300㎷(밀리볼트) 전압을 약 3V(볼트)로 증폭할 수 있다. 따라서 소변으로 만든 소량의 전력이라도 센서를 작동시키고 블루투스를 통해 기저귀 교체 신호를 전송할 수 있다.”
─타사에서 출시한 성인용 기저귀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타사가 만든 성인용 기저귀에는 버튼 전지 등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하지만 우리의 스마트 기저귀는 소변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기저귀 안에 배터리가 내장돼 있지 않다. 따라서 버튼 전지의 오음(誤飲) 사고 등의 안전 면에서 우수하다. 또한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가 없기에 방수성, 내구성도 우수하다.”
─아사히 카세이 그룹이 만든 스마트 기저귀에 배터리는 내장돼 있지 않지만, 양극과 음극 역할을 하는 전극은 필요하다. 양극과 음극의 무게는 얼마인가.
“스마트 기저귀에는 양극과 음극 역할을 하는 전극(전도성 물질)이 있다. 시제품에는 전극 역할을 하는 얇은 필름이 기저귀에 부착된다. 매우 가벼운 알루미늄 포일과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성인용 기저귀 중에는 회색도 있다. 아사히 카세이 기저귀만의 디자인 특징도 있나.
“아사히 카세이의 스마트 기저귀는 일반적인 기저귀와 동일한 디자인이다. 차이점은 기저귀 내부에 전극이 있다는 것, 교환 가능한 전자 장치가 있다는 점이다.”
─시제품으로 내놓은 스마트 기저귀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타깃인가.
“기저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환자뿐만 아니라 요실금을 앓는 사람, 오랜 시간 외부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우선 가정에서 돌보는 이들을 타깃으로 할 생각이다.”
─스마트 기저귀 상용화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양산은 가능한 상태로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선보이길 기대하고 있지만,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는 협업 파트너, 기저귀 제조사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판매 가격은 얼마로 예상하나.
“기저귀 제조사와의 협의가 남아있기에 답변을 할 수 없다. 다만, 기존에 시장에서 판매 중인 기저귀 가격과 큰 차이가 있다면 시장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타협해 적절한 가격을 선보이겠다.”
─한국에서도 스마트 기저귀를 판매할 계획인가.
“한국을 포함해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스마트 기저귀 판매와 관련해선 기저귀 제조업체와 향후 협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