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부터 800달러(약 115만원) 이하 제품이 미국에 들어갈 때 관세를 물게 되면서, 저가 상품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 왔던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테무와 쉬인 등이 타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들은 사전에 미국 현지 물류 창고를 확보하는 등 대비를 마쳐 영향이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큰 타격은 중국 중소 공장과 미국 중소 소매업체들이다. 일각에서는 “3개월 내 공장 폐쇄 물결이 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트럼프는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 주는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 0시 1분부터 중국과 홍콩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800달러 이하 모든 상품은 관세를 내야 한다. 관세는 상품 가치의 30% 또는 개당 25달러(약 3만6000원)인데, 이마저도 오는 6월 1일부터는 개당 50달러(약 7만2000원)로 오른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테무와 쉬인.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소액 면세 제도는 1938년 시작됐다. 걷어들이는 세금보다 과세 비용이 더 높아 행정적 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비과세 한도를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였는데, 이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린 곳이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들이다. 중국 계면신문은 “지난 몇 년간 테무와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은 중국 공급망의 저비용 이점을 활용, 소포 모델을 통해 미국 시장을 휩쓸며 급속히 발전했다”며 “이번 관세 조정 폭풍은 이런 유형의 (성장) 모델에 도전하는 첫 번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 세관이 지난해 면세 처리한 소포는 14억개 이상인데, 이중 60%가 중국발이었다.

그만큼 테무와 쉬인이 첫 번째 타격 대상으로 거론되는데, 사실 이들은 어느 정도 대비가 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내에서 소액 면세 제도가 폐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면세 대상인 소포들은 통관 절차 없이 소비자 집까지 배달된다. 이는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문제 삼는 합성 마약 펜타닐의 유통 경로가 될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지난 2월에도 중국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국제 소포 반입을 차단했었다. 하지만 통관 비용이 급증하고 물류 대란까지 일어나면서 며칠 만에 한발 물러섰다. 관세를 징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해당 조치를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테무와 쉬인은 지난해부터 현지화 전략에 공을 들여왔다. 테무의 경우 지난해부터 현지 창고에 재고를 쌓아놓도록 입점 상인들을 독려해 왔다. 지난달부터는 테무가 상품 보관·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전담하는 모델에서 판매자가 독립적으로 현지 창고를 이용해 배송할 수 있는 모델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비용을 20~30% 절감할 수 있고, 배송 속도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테무 측 계산이다. 쉬인 역시 2022년 미국 일리노이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지난해 시애틀에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테무와 쉬인은 더 많은 미국 판매자와 협력하고 미국에 창고를 여는 방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며 “이는 트럼프의 명령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창고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쉽히어로의 애론 루빈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치는 어떤 의미로도 그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저 비즈니스 모델만 바뀔 뿐”이라고 NYT에 말했다. 미국 사업 비중을 줄이고 유럽과 남미,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확장하는 것도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또 다른 카드로 거론된다.

문제는 중국 내 수많은 중소 공장들이다. 중국 중소 수출업체들은 코로나19 기간 소비력이 크게 떨어진 내수 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저마진 제품을 대량으로 밀어내며 겨우 생존하고 있는데, 관세를 물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가 어려워진다. 중국방직공업연합회, 경공업연합회 등이 지난 4일 미국의 소액 면세 제도 폐지에 대해 ‘강력 규탄’ 성명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자제품 온라인 판매상이자 전자상거래 산업 미디어 플랫폼인 와이마오자의 설립자 앤디 궈는 “소액 면세 제도가 없다면 심각한 배송 지연과 함께 3개월 이내 공장 폐쇄의 물결이 나타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내 중소 소매업체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들에게 물건을 대는 이들이 바로 중국 중소 공장이기 때문이다. 루셩 델라웨어대 교수는 “고객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배송 지연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면 추가 비용을 (중소 소매업체들이) 감당해야 하고, 이는 그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