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이른바 ‘최악 국가’로 선정한 약 60여 개국에 추가 관세를 얹은 국가별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트럼프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넘겨받은 차트에는 한국이 미국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에 미국이 한국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한국 외에 중국은 34%, 유럽연합(EU)은 20%, 일본은 24%, 인도는 26%, 대만은 32%, 베트남은 46%의 국가별 관세가 부과됐다. 발효 시점은 기본 관세가 이달 5일, 국가별 관세는 9일이다. 단, 이미 관세를 부과한 자동차·철강·알루미늄·구리·목재에는 상호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고하게 자리 잡은 세계 무역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수년간 열심히 일한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들이 부유하고 강력해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며 “대부분은 우리의 희생으로 이뤄졌다. 이제 우리가 번영해질 차례”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의해 약탈 당했다”며 “어떤 경우는 적국보다 우방이 우리를 더 나쁘게 대우했다”고 비판했고 “관세가 0%가 되기를 원하면 미국에서 생산하면 된다”며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속아왔으나, 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무역 장벽으로 인해 지난해 1조3000억 달러(약 1910조6100억 원)의 무역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대신 상호관세 부과로 연간 수천억 달러의 수입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미국 내 공장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AP통신은 “자동차, 의류, 기타 상품의 가격이 급등할 수 있기에 갑작스러운 경제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 역시 “매년 미국으로 운송되는 수조 달러 규모의 상품 비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역사적 도박”이라며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해외 강대국이 미국을 배제하는 새로운 동맹을 형성하도록 장려하는 보복 공격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전 세계 무역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관세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빠르게 나타나겠지만, 미국 경제가 재구조화되는 형태의 이익이 실현되기까지는 몇 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판은 관세가 적용되는 방식, 실제로 관세를 누가 내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관세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이에 관세는 외국 제품을 비싸게 만들어 국내 산업을 지원하는데 사용돼 왔다. 트럼프도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관세 인상 카드를 내놓았다. 트럼프는 관세 부과로 자신이 말한 이른바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상품 수입국으로 2023년에 3조 달러(약 4409조1000억 원) 상당의 상품을 수입했다. 무역적자는 1조 달러(약 1469조7000억 원)다. 트럼프는 이같은 무역적자가 무역 파트너들의 불공정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이 거둔 관세는 전체 연방 수입의 3% 미만이다. 비당파 싱크탱크인 ‘택스 파운데이션’은 트럼프가 첫 임기 동안 중국에 부과한 관세,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관세를 확대하면서 연간 770억 달러(약 113조1592억 원)의 수입을 창출했다고 추정한다.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연간 7000억 달러(약 1028조93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현재 미국 세관 수입의 약 9배다.
하지만 관세를 최종 지불하는 이를 놓고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의도대로 관세의 긍정적 영향만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관세 부과로 수출업체가 타격을 입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관세가 올라갈 경우 결국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그 부담을 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례로 JP모건은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신차 가격이 4000달러(약 588만 원) 인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경향이 있기에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생활비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다 세계 경제 성장이 침체되고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위험도 제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미국과 모든 무역 파트너가 관세율을 영구적으로 10%포인트(P) 더 인상하면 글로벌 생산량이 도입 후 3년 안에 약 0.3%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OECD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처음 3년 동안 연평균 0.4%P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