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칭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불러온 2일 오후 4시(한국 시각으로 3일 오전 5시)에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더 부유하게’라는 주제의 행사에서 연설한다.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직접 발표하고 즉각 시행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에 중국·캐나다· 멕시코 등 일부 국가와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부과했거나 부과할 예정인 ‘트럼프발(發) 관세’가 전 세계를 상대로 이뤄질 예정이다. 상호관세는 다른 나라가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 비관세 장벽만큼 미국도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부과 세부 지침 마련을 위해 지난 2월 13일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에 관세 등 국가별 무역 장벽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USTR은 3월 31일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를 발표했고 트럼프는 이날 상호관세 조치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베일 속이다. 이에 상호관세와 관련한 세 가지 미지수를 짚어본다.
◇ 상호관세, 20%로 단일?…국가별로 다를 수도
첫 번째 의문은 관세율이다. 백악관은 관세를 얼마나 높일지 밝히지 않았고, 시장에선 다양한 옵션을 제시 중이다. 트럼프는 대선 운동 당시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20%, 심지어 60%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취임 후 ‘상호관세’ 개념을 도입하면서 일률적인 보편관세 대신 국가마다 관세 부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지난 2월 “아주 간단히 말해서 그들이 우리에게 요금을 청구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요금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상호관세 개념을 소개했다. 다만, 백악관은 그동안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VAT)와 같이 미국 기업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반영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상호관세 범위와 관세율을 예측하기 힘들게 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모든 수입품에 20%의 단일 관세율을 부과하는 방안, 국가별로 개별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에 단일 관세율을 도입하면 트럼프가 공약한 보편관세와 같은 개념이 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단일 관세율을 부과하는지 여부에 대해 “트럼프는 어제 결정을 했다고 말했지만, 내가 트럼프에 앞서 말하고 싶지 않다. 여러분은 약 24시간 이내에 알게 될 것”이라며 즉답을 거부했다.
◇ 상호관세 영향받을 국가는?
두 번째 의문은 상호관세의 영향을 받는 국가의 범위다. 트럼프는 2일 발표가 포괄적이라고 했으나, 어떤 국가가 타격을 받을지는 확정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상호관세 부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호관세가 보편관세 형태가 될지, 국가별로 적용될지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새로운 관세가 “모든 국가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보편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긴 하다.
하지만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더티 15(Dirty 15)’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미국의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비관세 장벽을 쌓는 15개 국가가 주요 타깃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간) 1조 달러인 (미국의) 무역적자 총액”을 유발하는 10개 내지 15개 국가를 트럼프 행정부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교역 파트너는 중국·유럽연합·멕시코·베트남·독일·대만·일본·한국·캐나다·인도·태국·이탈리아·스위스·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프랑스·오스트리아·스웨덴 등이다. USTR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지적한 국가는 21개국이다. 한국을 포함해 아르헨티나·호주·브라질·캐나다·중국·유럽연합·인도·일본·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멕시코·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스위스·대만·태국·튀르키예·영국·베트남 등이다. USTR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 발표에 앞서 이들 21개국을 ‘특별히 관심 있는’ 국가로 분류하고 보고서 작성을 위한 여론 수렴을 했다. 한국 등 10여 개국은 무역적자 유발 상위권 목록은 물론 불공정 무역 관행 목록에 다 포함되기에 한국을 타깃으로 한 상호관세가 부과될지 관심이 쏠린다.
◇ 상호관세 부과, 美 기업이 역풍 맞나
세 번째 의문은 상호관세를 누가 지불할 것인지다. 관세의 정의에 따르면 관세는 상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이 부담한다. 관세가 높을수록 기업은 공급업체를 바꾸거나, 사업 파트너에게 부담을 공유하도록 하거나, 미국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비용 상쇄에 나선다. 이에 관세 부과는 미국은 물론 미국 외 국가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공장을 설립하는 비용이 막대하기에 즉각적이고 쉬운 해결책은 아니다.
일본 무역 진흥 기구(JETRO) 산하 개발도상국 연구소는 자동차 세금과 이전에 부과된 중국 상품에 대한 20% 세금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상호 관세로 인해 2027년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6%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7년 GDP 예측치를 127조 달러를 기준으로 보면 이는 7630억 달러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