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2022년 이후 최악의 분기 성적을 기록했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가운데 경제 지표도 악화해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예고했다. 국가별로 최대 2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연간 6000억달러(약 883조원)에 달하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백악관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2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비상 권한을 부여하는 1977년 법률 활용을 검토 중이다.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매긴다는 행정명령에는 이미 서명을 마쳤다.

3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 출렁이는 美 증시… 기술주 약세

이에 증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3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10.4% 하락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4.6% 내렸고, 다우지수도 1%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는 미국의 대표 기술주(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애플·엔비디아·테슬라)는 5개 종목이 올해 들어 10% 이상 하락하며 시장 전반을 끌어내렸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수입 부품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에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주요 업체 중 포드만 소폭 상승했고, GM과 스텔란티스가 각각 12%, 14% 하락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소비자 반감 확산으로 36% 하락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WP에 “관세로 인해 차량 평균 가격이 5000~1만달러(약 738만~1477만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1월 소비 지출은 0.6% 감소했으며, 2월엔 0.1% 증가에 그쳤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들어 연달아 하락해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12년 만의 최저였다. 이 때문에 신발, 의류, 고급 소비재 등 소비재 관련 주식은 3월에만 거의 20% 하락했다고 WP는 전했다.

◇ 美서 빠진 투자금, 유럽·금에 몰려

이에 투자자들은 미국 기술주에서 손을 떼고,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 중이다. WSJ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3월 글로벌 펀드 매니저 설문조사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인 투자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금 가격은 올해 들어 19% 상승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금값은 한때 온스당 3160달러까지 오르면서 최고 기록을 썼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쿠웨이트의 한 금은방. /AFP연합뉴스

유럽 등 해외시장도 대안이 되고 있다. STOXX 유럽 600 지수는 올 들어 S&P 500보다 9.8%포인트(p) 앞서며 2015년 이후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특히 독일의 라인메탈, 프랑스의 탈레스 등 유럽 방산주는 각각 두 배 이상, 77% 이상 주가가 올랐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존 포터 뉴턴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WSJ에 “그동안 저평가됐던 유럽 주식이 앞으로 2~3년간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며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만이 아닌 더 많은 이유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