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세대 테크 기업의 대표 주자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인공지능(AI)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AI 사업 부문을 특별히 찾아 격려하는가 하면, 인재 영입과 조직 개편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주력 성장 동력이었던 전자상거래 부문이 경기 부진과 경쟁 심화에 직면하자 AI 사업을 돌파구로 낙점한 것이다. 올 들어 알리바바 주가가 30%가량 상승하는 등 시장은 마윈의 이러한 결정에 호응하고 있지만, 수익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12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마윈은 전날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시시(西溪) 캠퍼스를 방문해 직원들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9일 알리바바 그룹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창립 20주년 행사에 등장한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최근 들어 마윈은 공개 행보를 연이어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에도 회사를 방문했었다. 마윈은 2020년 10월 공개 행사에서 금융당국을 비판하고 앤트그룹 상장이 무산된 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 왔다.
시장은 이번에 마윈이 그룹 지능정보사업부 중 하나인 ‘쿼크’를 방문했다는 데 특히 주목하고 있다. ‘2억명을 위한 만능 비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쿼크는 AI 기반 스마트 검색과 클라우드, 문서 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윈을 수행한 이가 알리바바의 중고거래 플랫폼인 ‘셴위’의 리샨 총재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쿼크와 셴위는 온라인 도매 거래 플랫폼 ‘1688′, 지능형 모바일 오피스 플랫폼 ‘딩딩’과 함께 알리바바 그룹의 ‘4소룡’으로 꼽힌다. 2023년 11월 우융밍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이들 사업을 AI 기반 전략적 혁신 사업으로 꼽고 3~5년 주기로 지속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윈은 ‘AI2C(AI To Consumer·소비자용 AI)’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12월 앤트그룹 20주년 행사에서 “향후 20년간 AI 시대가 가져올 변화는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그룹의 미래를 AI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달 들어선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교수를 역임하고 미국 AI 소프트웨어 제조 기업 세일즈포스까지 거친 AI 과학자 쉬주훙을 영입하기도 했다. 쉬주훙은 멀티모달(이미지·소리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 등 AI2C 기초 연구 및 응용 솔루션을 담당하게 된다. 알리바바 AI2C 사업부는 쉬주훙을 중심으로 하는 정상급 AI 알고리즘 연구 및 엔지니어링 팀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투자 업계는 마윈이 AI를 통해 알리바바 제2의 전성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알리바바의 최대 성장 동력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꼽히는 타오바오였다. 하지만 중국 내수 부진에 업계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제일재경은 “알리바바의 주력인 전자상거래 사업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앞으로 어떻게 AI 물결을 잡고 젊은 층을 사로잡을지도 알리바바의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성과도 조금씩 내고 있다. 지난달 말 알리바바는 챗봇, 가상비서 등 서비스의 토대가 되는 AI 대규모언어모델(LLM) ‘Qwen(큐원) 2.5 맥스’를 출시했다. 알리바바는 이 모델이 “오픈AI의 GPT-4o(포오), 딥시크의 V3, 메타의 라마 3.1을 거의 모든 영역에서 능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애플이 중국 내 아이폰 등 자사 기기에 이를 탑재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시장은 AI에 중심을 두는 알리바바의 방향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알리바바 홍콩 시장 주가는 올 들어 30%가량 올랐다.
다만 AI 사업의 수익화가 아직 요원하다는 점이 알리바바의 한계로 꼽힌다. 이에 알리바바는 쿼크를 AI2C 사업 부문에 통합한 데 이어, ‘AI 안경’과 같은 새로운 하드웨어 개발을 위해 AI 단말기 브랜드 ‘티몰 지니’ 부문과도 합쳤다. AI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 매출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신랑경제는 “많은 투자자들은 AI가 알리바바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고,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과 LLM이 가져올 상승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AI 역량을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고, 마윈이 어떤 움직임을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