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중은행이 연 3%가 채 안 되는 개인신용대출 상품을 마련해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 시중은행에 비하면 이자 부담이 절반가량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국 최대 명절이자 소비 시즌인 춘절(음력 설)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최근 전반적으로 줄어든 대출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경기 부진으로 인해 개인대출 부실률이 상승하고 있고, 지나친 금리 전쟁은 오히려 은행 수익성을 낮출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많은 은행들이 소비자대출(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연 3% 이하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은행은 이달 31일까지 최대 100만위안(약 2억원)을 최저 연 2.76%에 빌려준다. 민생은행 역시 이달 27일 전까지 신청하는 대출에 대해 2.76% 금리를 적용해준다. 대출 한도는 최대 30만위안(약 6000만원)이다. 항저우은행과 포동발전은행도 최저 2.88%짜리 대출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금리는 한국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한국 시중은행들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기준 연 4.83~7.12%에 형성돼 있다. 신용점수가 가장 높은 구간(951~1000점)에 적용되는 금리가 이렇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역시 고신용자라 해도 금리가 4.9~6.14%에 달한다. 그렇다고 양국 간 기준금리가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다. 중국 일반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는 12월 연 3.1%로 책정됐는데, 한국 기준금리도 3.0%로 비슷하다.

중국 위안화./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시중은행들이 소비자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것은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이어지는 최대 명절 춘절을 노린 것이다. 소비가 집중되는 기간인 만큼 대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업계의 전통적인 ‘좋은 출발’ 기간으로, 각 대형은행은 양호한 업무 시작과 함께 신년을 시작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제일재경에 말했다. 즉 지금 낮은 금리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여신 규모를 늘려놔야 연중 사업 확대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 경기 부진으로 대출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도 은행들이 금리 전쟁을 벌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규 위안화 대출액은 5800억위안(약 115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800억위안(16.0%)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년 전 11월 기록한 1조900억위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신용평가사 둥팡진청의 왕칭 수석 거시 분석가는 곧 발표될 지난해 12월 신규 위안화 대출액이 약 9000억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면 전년 동월 대비 2700억원가량 감소하게 된다.

소비자대출은 상대적으로 한도가 낮아 부담이 덜한 만큼, 은행들은 이 분야 대출을 중점적으로 늘리고 있다. 중국 6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농업은행의 개인 대출은 지난해 상반기 7.3%(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는데, 이중 소비자대출은 26.5% 증가했다. 교통은행의 상반기 소비자대출도 26.9% 늘었다. 이외 공상은행과 건설은행의 소비자대출 잔액도 각각 17.4%, 14.0%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경기 부진과 맞물려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주요 은행들의 소비자대출 부실률은 상승세다. 민생은행의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개인대출 부실률은 1.69%로 전년 말보다 0.17%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상하이은행의 개인대출 부실률은 0.22%포인트 오른 1.11%를 기록했고, 칭다오농상은행 개인대출 부실률은 기존 1.71%에서 지난해 말 2.06%까지 상승했다.

밍밍 중신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금리는 대출을 장려해 소비 수요를 자극할 수 있지만, 대출금리 하락은 은행의 이자수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은행은 부실채권비율 상승을 막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비이자 이익 등 수입원을 다각화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