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암호화폐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무기 부족분 등을 채우기 위해 서방에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기구를 재정적으로 도울 강력한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부 수단으로 부상한 암호화폐 대장격 비트코인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블록체인 분석 전문업체 엘립틱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내 정부군을 지원하는 단체인 컴백 얼라이브(Come Back Alive)는 지난해 하반기에 총 14차례에 걸쳐 암호화폐를 통해 17만달러(약 2억 원)을 모금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위치한 이 단체는 우크라이나 군대에 드론과 저격용 스코프, 이동식 감시 시스템을 비롯해 군수품과 의료품을 공급하고 있다.

로이터는 컴백 얼라이브 홈페이지에 비트코인 디지털 지갑 주소와 은행 계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글로벌 결제 코드가 적혀 있다고 전했다. 단체 측은 “암호화폐로 모금한 돈은 미래 프로젝트를 위해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기부자들이 먼저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라며 여러차례 요청했고 이들이 좀 더 편한 방법으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에서 7일(현지 시각) 한 군인이 소총을 겨눈 채 러시아와 접경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사이버활동 단체인 ‘우크라이나 사이버 동맹’도 지난해 암호화폐로 1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소셜미디어 페이지에는 “우크라이나 도시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크라이나 해커들의 공동체”라는 소개와 함께 비트코인 디지털 지갑 주소가 적혀 있다. 우크라이나 사이버 동맹 대변인은 로이터에 “러시아 안보 및 정치권 핵심 인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우크라이나 군부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또다른 우크라이나 단체인 미로트보레츠 센터(Myrotvorets Center)는 1년 간 100여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을 기부 받았으며 최소 26만7000달러(약 3억2000만 원)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친(親)러시아 성향 개인에 대한 정보를 제보 받거나 수집해 우크라이나 군 등 정부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내 친우크라이나 단체인 벨라루시안 사이버 파르티잔(Belarusian Cyber Partisan)은 올해에만 15만5000달러(1억 8600만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조달했다고 엘립틱은 전했다. 이 단체의 팔로워는 현재 6만7000여 명에 달하며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앱)인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을 통해 비트코인 디지털 지갑 주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