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오른쪽) 화웨이 창업자가 2015년 영국 런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직원들에게 “끝까지 싸우라”고 주문했다. 미국 제재로 반도체 공급이 끊기면서 화웨이는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사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 올해 1~9월 화웨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급감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런정페이는 3일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영상에서 “평화는 투쟁을 통해 성취할 수 있다”며 “앞으로 30년간 평화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일하고 영웅적 희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아무도 화웨이를 괴롭힐 수 없을 것이라 했다.

해당 발언은 신사업부 5개를 출범시키는 사내 회의에서 나왔다. 그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와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이라며 “우리가 축하 와인을 함께 마실 날을 기다리자”고 했다.

화웨이는 최근 5개 사업부를 신설했다. 각 사업부는 ‘군단’으로 불린다. 광산·항만·스마트 고속도로·데이터센터 에너지·스마트 광발전 군단이다. 모두 기존 산업을 디지털화하는 데 주력하는 사업이다. 신사업은 반도체 의존도가 적어 미국 제재 영향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다.

화웨이가 사업 다각화와 조직 재편에 나선 것은 그동안 주력 사업이었던 통신장비·스마트폰 부문이 미국 제재로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정부는 중국공산당 연계 의혹을 이유로 지난해 5월 화웨이에 반도체 제재를 가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 회사가 화웨이에 미국 기술·소프트웨어가 들어간 반도체를 판매하기 전에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 정부 허락 없인 반도체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 수 없게 한 것이다.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이 막히면서 화웨이는 통신장비·스마트폰 사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스마트폰 중심의 소비자 부문 사업이 크게 흔들렸다. 화웨이는 한때 삼성전자를 제치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미국 제재 후 점유율이 뚝 떨어졌다. 화웨이의 올해 1~9월 매출은 4558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감소했다.

미·중 갈등의 한 가운데 있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은 9월 캐나다 가택 연금에서 3년 만에 풀려나 중국으로 돌아왔다. 멍완저우는 런정페이의 큰 딸이다. 미국 정부는 멍완저우가 미국이 제재 중인 이란에 통신장비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금융 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은 캐나다에 멍완저우를 구금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국적기인 에어차이나 전세기를 보내 멍완저우를 중국으로 데려왔으며, 중국 관영 매체들은 멍완저우를 영웅화하는 보도를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