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리닝 매장. /김남희 특파원

중국 신장 면화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중국 스포츠 패션 시장 판도까지 바꿔놨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서구 기업은 위구르족 강제 노동을 이유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중국 시장에서 불매 운동으로 고전하고 있다. 반면 리닝·안타스포츠 등 중국 국산 브랜드는 외국 브랜드 불매 운동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중국 소비자 사이에 국산 브랜드를 사자는 애국 소비 열풍이 일면서다.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닝은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이 102억 위안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65% 증가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 기간 순이익도 19억6000만 위안으로 187% 늘었다. 리닝은 “국산 스포츠 브랜드에 대한 강력한 지지 덕에 상반기에 만족스러운 성적을 얻었다”고 했다.

리닝은 중국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리닝이 세운 회사다. 설립된 지 32년이 지났으나, 요즘 중국 Z 세대(현재 10~20대)에서 가장 힙한 의류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안타스포츠도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35~40% 늘었다고 지난달 밝혔다. 안타스포츠도 중국 젊은 층을 휘감은 애국주의 덕을 보고 있다. 안타스포츠는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1월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시찰하며 캐나다 아크테릭스의 패딩을 입었는데, 이 브랜드의 모회사가 안타그룹이다. 시 주석 수행단은 안타스포츠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고 시찰에 동행했다. 시 주석과 수행단의 사진이 공개되며 안타그룹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 1월 18일 캐나다 아크테릭스의 패딩을 입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준비 현황을 시찰하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중국 안타그룹이 아크테릭스 브랜드를 갖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반면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을 지배하던 미국 나이키와 독일 아디다스는 중국 소비자 선호도에서 점차 밀려나는 분위기다. 아디다스의 2분기 중국 본토·홍콩·대만 매출은 10억 유로로, 지난해 2분기 대비 16% 줄었다. 전 세계 지역별 매출 중 중국 지역만 감소했다. 나이키의 2분기 중국 지역 매출(19억30000만 달러)도 금융권 예상치보다 적게 나왔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선전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리닝 주가는 올 들어 64%, 안타스포츠는 31% 상승했다. 주가가 세 배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올 들어 361도(361디그리스)는 202%, 엑스텝은 220% 올랐다.

현재 중국 애국 소비는 국가적 자부심이 강한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웨어뿐 아니라, 화장품이나 전자기기 등도 국산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성장기에 중국이 세계 최강이란 생각이 자리잡으면서 중국 브랜드에 대한 자긍심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