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타계했다. 향년 89세.

야만두 오르시 현 우루과이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무히카의 별세 소식을 알렸다.

오르시 대통령은 “저의 동지가 그리울 것”이라며 “무히카는 활동가, 사회의 모범, 존경받는 어른이었다”고 애도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부터 식도암으로 투병해왔다. 올 1월에는 “암세포 간 전이로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며 항암치료를 중단했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 /연합뉴스

무히카는 ‘페페’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우루과이 사람들에게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는 1935년 몬테비데오에서 출생했다. 1960~70년대에는 군사독재에 맞선 좌파 게릴라 ‘투파마로스’ 활동으로 15년간 옥살이를 했다.

사면 후 정계에 입문한 무히카는 좌파 국민참여운동(MPP)을 창당해 의원과 장관을 역임했다. 마침내 2009년 대선에서 승리해 2010년부터 5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무히카는 재임 중 우루과이 경제성장과 빈곤 감소에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진정한 명성은 검소한 생활방식에서 나왔다. 그는 대통령 월급 90%를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관저 대신 수도 몬테비데오 교외 추레한 농장에서 부인과 함께 살았다. 출퇴근은 낡은 폴크스바겐 비틀을 타고 직접 했다.

무히카는 화려한 생활을 거부한 채 소박함을 고집했다. 그는 매체 인터뷰에서 “삶은 가격표가 없다”며 “내가 가난하다고? 아니다. 가난한 사람은 욕심이 과한 자들”이란 말을 남겼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2013년 현직 시절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때때로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우루과이에서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를 완전 합법화한 국가도 무히카 시절 우루과이다.

이 정책들은 도입 당시 논란을 일으켰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불렀다. 마리화나 합법화는 궁극적으로 “단속 관련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현지 언론은 평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무히카는 우루과이에 실용적 진보주의를 도입했다”며 “경제성장과 사회보장을 양립시킨 좌파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무히카는 임종을 앞두고 “민주주의의 기초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CNN은 “그는 무기를 든 게릴라에서 정치 개혁가로 변신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며“그의 철학과 검소한 생활방식은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화두가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