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기차 스타트업 KG모터스가 ‘작고 단순한 차’를 표방하며 전기차(EV·Electric Vehicle)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히로시마 교외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1인승 초소형 EV ‘미봇(Mibot)’으로 EV 개발이 더딘 완성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2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KG모터스가 2027년 3월까지 미봇 3300대를 생산할 계획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이미 사전 판매가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요타가 지난해 1년 간 일본 내에서 판매한 EV 수량 약 2000대를 웃도는 수치로, KG모터스는 두 번째 생산분부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미봇은 골프 카트를 연상케 하는 외형으로 최대 속도 시속 60km, 1회 충전 주행거리 100km인 1인승 차량이다. 초소형 설계를 기반으로 배터리,모터 및 간단한 작동 장치만으로 구성해 제작비를 크게 줄였다. 차량의 가격은 세전 기준 100만엔(약 700만원)으로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EV 닛산 ‘사쿠라’의 절반 수준이다.
KG모터스는 일본 농촌 지역 주민을 주요 타깃층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미봇 구매층의 약 95%는 이미 1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한 주택 소유자로, 고령화와 택시 기사 부족 등 교통 인프라가 무너진 지역의 ‘1인 1차량’ 수요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G모터스는 첫 물량 300대는 히로시마와 도쿄 거주 고객에게 인도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전국으로 배송을 확대할 방침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의 EV 시장은 세계 평균보다 크게 뒤처진 상태다. 2023년 기준 일본 전체 완성차 판매량 중 EV 비중은 3.5%로, 세계 평균인 1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도요타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차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EV 전환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경차와 소형차 부문에서는 EV의 성장 가능성이 엿보인다. 최근 몇 년 간 경차는 일본 EV 시장에서 가장 높은 판매 점유율을 보였으며, 2023년에는 전체 판매된 EV 중 55%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 BYD는 내년 하반기까지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경차 EV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또한 대당 약 290만엔(약 2770만원)인 소형 EV ‘인스터(INSTER)’를 올해 초 출시했다.
KG모터스는 콘텐츠 마케팅도 적극 활용 중이다. 실제 주행 장면과 안전 테스트 영상 등을 자사 웹사이트에 게시하며 신뢰도를 높이는 식이다. 쿠스노키 마사노부 KG모터스 대표는 “도쿄에 사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지방에서는 이제 한 사람당 한 대의 교통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일본의 좁은 골목길을 누비기에 대형차는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