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증공사에서 밝힌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 채권 규모가 2024년 3조 9천억 원을 넘기는 등 연일 계속되는 전세사기 피해사례로 수사기관과 법조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기 신도시 추진사업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조성으로 유동인구가 급증하여 호재가 예상되었던 평택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에 이르기까지 전세보증금을 두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평택시에서 발생한 분쟁의 경우 미리 임대인에게 퇴거 의사를 전달해도 막상 계약만료일이 되면 경기가 어려워 보증금을 마련하기 힘들다거나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돌려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러한 보증금 분쟁이 무조건 전세사기인 것은 아니다. 사기죄의 구성요소인 기망행위와 착오에 의한 재산처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오피스텔 임대차보증금을 나중에 돌려주겠다고 속이고 임차인이 이사 가도록 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해당 오피스텔이 임차인의 재산이 아니므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처분하게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도17200 판결)

따라서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여 부동산의 특징이나 계약 내용 등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혹은 민사적 절차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한 후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임대인 측에서 당장은 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없고 나중에 줄테니 먼저 집을 비워달라고 한다면 경계해야 한다. 아무런 조치 없이 집부터 비워준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게 되므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등기사항증명서에 등기된 것을 확인한 후 이사해야 한다. 신청만 하고 등기되기 전에 이사하면 대항력을 유지할 수 없으니 주의가 필요하며, 이후에도 반환하지 않고 있다면 임대차보증금 소송을 제기하여 법적 강제력을 통해 받아낸다.

법무법인 승리로 오진영 대표변호사는 “보통 전세계약은 대출을 받고 진행하므로 보증금 미지급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출금 상환과 이사 문제가 맞물려 조급한 마음에 임대인의 말만 믿고 이사부터 가는 경우가 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보전하기 위해 상황을 인지한 즉시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상황에 따라 임차권등기명령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부동산에 입주 전부터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전액 반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