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만 없애고, 렌즈는 안 넣고 싶어요”
일부 백내장 환자들이 안과 진료실에서 의사에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백내장 수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최근 다초점 인공수정체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이나 부작용 사례가 알려지면서, 인공수정체 자체에 대한 막연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백내장 수술은 단순히 흐려진 수정체를 제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뒤 그 자리에 새로운 초점을 만들어주는 ‘인공수정체’ 삽입이 반드시 이뤄져야만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렌즈 삽입은 선택이 아니라 수술의 본질이며,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삽입 여부’가 아니라 어떤 렌즈를 넣을지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게 되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이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눈부심이나 시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 점차 불편이 생긴다. 최근에는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서 백내장 수술은 더욱 안전하고 정밀해졌고, 실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백내장 수술은 2016년 대비 2020년에 36.8% 증가했으며, 현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 중 하나다. 특히 수술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며, 40~60대 중장년층에서도 수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수정체는 크게 단초점 렌즈와 다초점 렌즈로 나뉜다. 단초점 렌즈는 하나의 거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는 원거리 시력에 초점을 맞춘다. 이 경우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등 근거리 작업 시에는 돋보기가 필요하다. 반면 다초점 렌즈는 원거리와 근거리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안경 없이 생활하고 싶은 환자에게 적합하다. 특히 노안이 함께 진행된 중장년층에게는 시력의 자유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그러나 다초점 렌즈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빛 번짐, 눈부심, 대비감 저하 등 일부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망막 질환이나 녹내장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 또한 야간 운전이 잦거나 정밀한 시력이 필요한 직업군이라면 단초점 렌즈가 더 적합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렌즈가 고급이냐 저렴하냐가 아니라 환자 개인의 눈 상태와 생활 방식에 얼마나 잘 맞느냐에 달려 있다.
다초점 렌즈에 대한 불신은 일부 의료기관에서의 과도한 권유나 광고 때문이기도 하다. 무조건 비싼 렌즈를 권하는 방식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초점 렌즈 자체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 역시 환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체 백내장 수술 중 약 10~15%가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삶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선택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편 단초점 렌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루시아(Lucia)처럼 비구면 디자인을 적용해 중간거리 시력을 개선한 단초점 렌즈는 컴퓨터 사용, 식사, 대화 등에서 안경 없이도 어느 정도 편안한 시야를 제공한다. 물론 독서처럼 가까운 거리의 세밀한 작업에는 돋보기가 필요하지만 단초점 렌즈라고 해서 불편하고 단조로운 선택이라는 인식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장벽이 환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다초점 렌즈처럼 비급여 재료를 선택하더라도 수술비와 검사비 등 일부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정부는 앞으로 비급여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 전체 진료비에 대해 보험 적용을 중단하는 이른바 ‘혼합진료 금지’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아직 시행되진 않았지만 제도가 실제로 도입된다면 환자가 본인의 생활에 맞는 렌즈를 선택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렌즈 하나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수술비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이 사라지는 구조는 불합리하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백내장을 겪게 되고, 결국 일생에 한 번은 수술을 받게 된다. 백내장은 일회성 수술이면서도, 수술 이후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특정 렌즈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의 보호에서 제외된다면 이는 환자의 선택권과 실질적인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용인서울새봄안과 김용대 원장(사진)은 “백내장 수술은 시력 회복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수술을 통해 얼마나 만족스러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느냐는 렌즈의 종류보다 그 선택이 얼마나 본인에게 적절했는가에 달려 있다”며 “환자 개개인의 눈 상태와 생활 방식에 맞춘 정밀한 상담이 선행되어야 하고, 제도 역시 이러한 ‘맞춤형 치료’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