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겸 SK그룹 회장이 ‘RE100(Renewable Energy 100)’ 산업단지 입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RE100 산단은 입주한 기업들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해 전력을 충당하는 곳으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최 회장은 지난 17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중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RE100 산단에 입주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RE100을 주도했던 많은 빅테크들이 결국 RE100을 포기했다”며 “이는 100% 재생에너지만 갖고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길이 존재한다며, 굳이 100% 재생에너지 사용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그는 “대한민국은 RE100에 대응해 원자력이 포함된 ‘CFE(Carbon Free Energy·무탄소에너지)’를 하고 있다”며 “원자력도 방사능 유출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클린 에너지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RE100 산단 입주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로는 에너지의 가격 문제를 꼽았다. 그는 “에너지값이 너무 비싸면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며 “가격 조건이 맞다면 (산단에) 가겠지만, 좀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100 산단 조성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정부가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최근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또 RE100 산단 조성에 대한 특별법을 만들어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후보지로는 호남 등 서남권과 울산이 거론된다.

최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가 다른 방식으로 재계와 기업들에게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자 근로자들이 원청사를 대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생산 물량 조정 등 경영에 대한 사안도 쟁의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부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의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친(親)기업 정부’라고 계속 강조하는데 (기업들에게) 나쁜 것만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른 규제를 없애거나, 새로운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18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에서 열린 제48회 대한상의 하계포럼 'AI 토크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대한상의 제공

최 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최근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인공지능(AI)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제조업은 잃어버린 10년을 맞았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0년 간 우리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노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희망은 AI에 걸 수밖에 없다. 중국의 AI 성장 속도가 더 빠르지만, 아직은 초기에 해당되니 따라붙고 경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화제가 된 장남 최인근씨의 SK그룹 퇴사와 이직은 전적으로 본인의 뜻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근씨는 지난 2020년부터 일했던 SK이노베이션E&S를 지난달 말 퇴사하고 이달 초부터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의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 회장은 “저는 아이를 ‘방목형’으로 기른다”며 “밖에서는 이게 후계 수업이다, 아니다 이야기를 하는데, 본인이 원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