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력화된 지 12년째로 접어든 국산 다목적 기동 헬기 수리온이 군용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 기종과 비교해 낮은 인지도와 높은 가격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맞춤형 개량으로 수출문을 뚫겠다는 계획이다.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있는 일부 국가가 수리온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국가는 상륙공격헬기(MAH·Marine Attack Helicopter) 마린온의 무장 체계와 의무 후송 전용 헬기 메디온의 응급 체계를 조합하는 등 자국 상황에 맞는 개량을 요구한다고 한다. 두 기종은 수리온에 무장을 더하거나 내부를 개량한 파생형 모델이다.
수리온은 작년 12월 2대가 수출됐는데, 소방용으로 쓰는 기종이다. 이라크 정부는 수리온 2대를 1억달러(약 1380억원)에 구매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전투기를 구매했던 나라들이 헬기도 관심을 갖고 있다. 관용(소방·경찰용 등) 시장에선 성능이 검증된 기종을 주로 찾는데, 수리온의 첫 수출이 성사되면서 국제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군용으로 수리온을 도입한 나라는 없다. 드론이 부상하면서 헬기 수요가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40여 년간 헬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온 미국 록히드마틴의 자회사 시코르스키 UH-60보다 인지도가 낮은 게 주원인이다. 수리온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AW149, 브라질 헬리브리스의 H225M 등과도 경쟁하고 있다.
가격도 이유로 꼽힌다. 수리온은 UH-60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9년엔 필리핀 정부와 수리온 수출 협상 막바지 단계까지 갔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필리핀에 수리온 10대를 제안했으나, 록히드마틴은 비슷한 가격에 UH-60 16대를 제시했다. 필리핀 국방장관은 당시 “우리 자금으로 수리온 10대를 구입할 수밖에 없지만, UH-60은 16대를 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리온은 범용 목적으로 개발돼 장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지만, KAI는 성능을 개량해 수출 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KAI가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T-50은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데, 훈련기 성능으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KAI는 T-50에 무장을 추가해 경공격기 FA-50을 개발했고 폴란드와 필리핀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KAI는 수리온에 첨단 항공전자 시스템과 자동 비행 경로 운항 기능 시스템을 탑재하면서 성능을 향상시켰다. 소방용은 2000리터(L)인 물탱크를 2700L로 늘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과 파생형 모델의 성능을 개선해 시장의 신뢰도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