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돌리게는 해줘야 살아남죠. 기본적인 비즈니스 체계가 깨졌습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전기 요금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한다. 2020년 ㎾h당 100원 이하였던 산업용 전기 요금은 작년 12월 ㎾h당 190.4원으로 약 두 배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발전 원가가 올랐는데,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가정용 전기 요금은 그대로 두고 산업용 전기 요금만 올린 탓이다. 그 사이 철강업체는 가동률을 줄이거나 일부 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

철강은 석유화학, 반도체와 함께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 중 하나다. 철광석을 용광로(고로)에서, 철스크랩(고철·Steel Scrap)을 전기로에서 녹이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가 많이 쓰인다. 국내 최대 전기로 제강사인 현대제철은 2023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다음으로 전력 사용량이 많았고 포스코가 다섯 번째를 차지했다. 현대제철의 전기요금은 매년 1조원, 포스코는 5000억원이 넘는다. 전기료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0% 이상이다.

전기로 비중이 100%인 동국제강은 2023년 2500억원 수준이던 전력 비용이 작년 2998억원으로 1년 새 20%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고육지책으로 전기 요금이 싼 야간에 생산을 늘리고 태양광 발전을 도입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2022년 31.5%였던 전기로 생산 비율은 지난해 27.8%, 올해 1~4월 기준 26.6%까지 떨어졌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7~8월은 돼야 다양한 정책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산업용 전기 요금이 정점을 찍는 시점이기도 하다. 하절기에는 전기 요금에 20% 정도의 할증이 붙는다. 경부하 시간대 ㎾h당 126원인 산업용(을) 전기 요금은 과부하 시간대에 최대 260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현대제철은 ㎾h당 전기 요금이 1원 오르면 비용이 약 100억원 증가한다. 전기로를 쓰는 동국제강이 7월부터 한 달간 인천 공장 휴업을 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오르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원가 관리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전기 요금은 방법이 없다. 그만큼 간절하다”고 한다.

관세, 업황 부진, 저가 수입재 유입 등에 가려졌지만 지속적으로 인상된 산업용 전기 요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