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양국 기업의 협력이 가속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북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기차·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과 협력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중국 체리자동차와 46시리즈(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LG엔솔은 향후 6년간 체리자동차 자회사에 총 8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으로 전기차로 환산하면 약 12만대에 장착할 수 있는 분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체리자동차는 1997년 설립된 중국 국영 기업으로, 중국에서 5대 완성차 업체로 꼽힌다. 국내 배터리 회사가 중국 전기차에 탑재되는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체리자동차 내 다른 전기차 모델로 협력을 확대하는 추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중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동안 주춤하던 양국 기업 간 협력도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국영 매체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국 기업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배터리 소재 업계는 유럽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사와 협력을 강화하며 고객 다변화에 나섰다. 이달 초 솔루스첨단소재(336370)는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과 전지박(배터리에 들어가는 얇은 구리막)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 엔켐(348370)은 각각 양극재와 전해액을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사에 납품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푸젠성 닝더시에 위치한 CATL 본사. /CATL 제공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에 대한 완성차 업계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기아(000270)는 10일 출시한 최초의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PV5에 CATL이 만든 각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했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니로, 레이, 코나 등 소형 전기 차종에만 CATL 배터리를 적용해왔다.

현대차는 중국 3위 배터리사 CALB와 공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현지에선 지난달 두 회사가 30GWh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세부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현대차 중국 합작사 베이징현대가 하반기에 출시하는 현지 전용 모델 일렉시오의 경우 BYD 배터리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KG모빌리티(003620)(KGM)는 작년부터 체리자동차와 신차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6년까지 렉스턴 후속 중대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내놓는다는 목표다. BYD와도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출시한 그랑콜레오스는 지리자동차와 함께 추진해 온 신차 프로젝트 ‘오로라’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부산 공장에서 순수 전기차 폴스타4를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폴스타는 볼보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로 지리자동차가 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