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액화가스탱크(Liquefied Gas Tank) 제조사 세진중공업(075580)이 가스선 수요 증가로 수익성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해양 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액화석유가스(LPG·Liquefied Petroleum Gas)·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수출 확대 정책 영향으로 가스선 발주가 늘어나면서다. 가스선 수요가 늘면 가스선에 들어가는 탱크 주문도 증가하는 구조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세진중공업은 올해 20척 안팎의 탱크를 인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9척) 인도량의 2배 수준이다.
세진중공업은 기체 상태의 석유가스, 에틸렌가스, 천연가스, 암모니아가스 등을 액화 상태로 저장하는 용기인 액화가스탱크(Liquefied Gas Tank)를 만든다. 세진중공업의 주 매출원은 선원 주거 공간인 데크하우스(Deck House)를 제작하는 선실 부문과 가스 탱크 등을 제작하는 선체 부문인데, 전체 매출에서 선체 비율이 34% 수준이다. 특히 가스 탱크 중에서도 LPG 탱크 시장 점유율 1위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 선박 엔진은 한화엔진(082740)과 HD현대중공업(329180), 보냉재는 한국카본(017960)과 동성화인텍(033500)이 양분하고 있는 반면, LPG 탱크는 세진중공업이 넘버원 제조사로서 높은 가격 협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진중공업은 내년에 탱크 30척 인도를 목표로 한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LPG·LNG 소비가 생산량을 못 따라가면서 이를 수출 물량으로 돌리고 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LPG·LNG 수출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해상 LPG 물동량 점유율은 현재 약 50%에서 2028년 수출 터미널 증설 완료 후 6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 부흥을 외치는 트럼프 정부의 중국 조선업 제재로 한국 조선사가 가스 운반선 물량을 대거 수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세진중공업으로 탱크 주문이 이어질 수 있다. 세진중공업의 주 고객사이자 LPG선 점유율 선두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010620)는 LPG 탱크 대부분을 세진중공업에서 공급받고 있다. 세진중공업은 삼성중공업(010140)의 탱크 물량도 일부 따내며 매출처를 다각화하고 있다.
세진중공업은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계에서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10.2%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조선 기자재(선박 건조와 수리에 사용되는 기계와 원자재) 회사 중 가장 높은 18.1%의 영업이익률을 냈다. LPG 운반선보다 가격이 30% 이상 비싼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Liquefied CO₂ carrier) 탱크도 납품하며 수익성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올해 세진중공업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15% 안팎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박 신조선가(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가 오르면 기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데, 세진중공업이 지난 2월 계약한 LNG 벙커링선(바다 위에서 LNG 추진선에 LNG를 공급하는 선박) 건조 가격은 2019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이 선박에 들어갈 탱크 단가도 이에 맞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