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경영진이 1박 2일간 생존 전략을 수립하는 회의를 갖는다. 이번 회의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034730)㈜ 성장지원담당 겸 SK바이오팜(326030)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그룹 미래 먹거리 발굴도 담당하기 시작한 만큼,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2025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3대 핵심 회의로 꼽힌다. 올해 회의에는 최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096770)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3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 명단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최 본부장이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했는데, 당시 부사장급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말부터 그룹 지주사인 SK㈜가 사업 발굴을 위해 신설한 ‘성장지원’ 조직의 담당(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번 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미래 성장 동력 투자 확대 방안인 만큼, 이를 책임지고 있는 최 본부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의 승계 구도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최 본부장의 경영 보폭이 가장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최 본부장은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대리급인 선임 매니저로 입사했고, 2023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해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 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 지주사 부사장까지 맡으면서 입사 7년 만에 그룹 부사장직 2개를 동시에 맡게 됐다. 차녀 최민정씨는 SK하이닉스(000660)에서 퇴사한 뒤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장남 최인근씨는 SK E&S의 북미 법인 패스키에서 매니저 직급으로 글로벌 에너지 사업을 맡고 있다.
SK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해부터 추진한 리밸런싱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전략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리밸런싱이란 계열사 간 중복 사업과 미래 성장성이 없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각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작업이다. 2023년 말 219개였던 계열사는 현재 198개까지 줄었다. 지금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그룹 회의인 만큼 국가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를 미래 산업으로 꼽고 있는데, 이는 2026년까지 AI·반도체에 10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SK그룹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던 수출품도 AI의 도움이 없으면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고, 국가 경제 모델 자체가 부서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AI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 외에 최근 발생한 SK텔레콤(017670) 보안 사고와 관련한 고객 신뢰 방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보조금 축소 등 각종 리스크 대응 방안 역시 이번 회의에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