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다목적 전투기 FA-50의 폴란드 수출이 카롤 나브로츠키(42)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계기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FA-50 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폴란드 정부가 미국에서 구매한 뒤 KAI로 넘겨줘야 하는 장비가 필요한데, 아직 이 장비를 못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나브로츠키 대통령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이라 폴란드·미국 간 협상이 잘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2022년 9월 FA-50 전투기 48대 도입 이행 계약을 KAI와 체결했다. 같은 해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현대로템(064350), KAI와 폴란드 군비청이 체결한 총괄계약 중 FA-50 수출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으로 규모는 30억달러(4조1760억원)였다. FA-50 외에 K9 자주포, K2 전차 수출도 이 계약에 포함돼 있었다. KAI는 지난해 12월까지 1차 이행분인 FA-50GF(Gap Filler) 12대를 납품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 당선인이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KAI는 남은 36대를 폴란드 공군의 요구를 반영한 성능 개량 모델 FA-50PL(Poland)로 만들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2028년까지 납품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수출 승인을 해야 하는 부품이 있는데, 전투기 무장 등 일부 부품은 승인을 못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급 장비(官給裝備·정부가 획득해 제공하는 장비) 중 하나인 M코드 개발이 늦어지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M코드는 미국 국방부가 개발 중인 군용 GPS 신호로, 기존 GPS 신호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차세대 군용 신호다. 폴란드는 FA-50에 장착되던 GPS 대신 미국제 GPS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의회 감사 기관인 GAO(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는 보고서를 통해 “항공기용 수신기 개발이 지연되고 있어 이 장비를 사용하는 항공 플랫폼에 M코드 기능 제공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나브로츠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역사학자 출신인 나브로츠키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피란민 지원 축소, 유럽 난민협정 탈퇴, 트럼프 행정부와 안보 협력 등 반유럽·친미 정책을 내걸고 대선을 치렀다. 현 대통령보다 반유럽, 친미 성향이 짙다고 알려졌다.

나브로츠키 당선인은 이달 초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기도의 날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사진을 찍고 이를 선거에 활용하기도 했다. 나브로츠키 당선인은 8월 6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FA-50. /KAI 제공

현재 KAI는 FA-50PL의 시제기를 만들고 있지만, 주요 부품이 도착하지 않아 36대 중 한 대도 완성하지 못했다. 이에 폴란드 정부와 납기를 1년여 늦추는 새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한국과 폴란드 간 방산 협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폴란드 내 보수 정당인 법과정의당(PiS)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브로츠키 당선인을 지원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PiS는 지난 2022년 한국과의 총괄 계약을 추진했던 정당이다. 오는 8월 퇴임하는 안제이 두다 현 대통령도 한국산 무기 체계를 옹호했는데, 그 또한 PiS 측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