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을 무산시킨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이의제기가 이달 말 현지 법정에서 처음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재판이 길어지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수력원자력은 전체 사업비를 다시 뽑아 체코전력공사(CEZ)에 내야 한다.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되면서 계약 체결, 사업비 산정, 공사 재개 등을 두고 국가 간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4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EDF가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오는 25일 첫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법원이 사건 내용을 검토하고 당사자를 불러 주장과 증거를 듣는 첫 재판 절차다. 법원은 이달 초 EDF, UOHS에 소환장을 보냈다. 이후 절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달 말 첫 재판 기일이 잡히면서 소송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 5, 6호기를 건설하겠다고 제안한 사업 제안서 효력 기간은 올해 6월 말까지다. 사실상 효력 기간 내 최종 계약 체결이 어려워지면서 한수원과 CEZ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수원과 CEZ가 협의해 기존 계약서의 효력 기간을 연장하거나 아예 새로운 제안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소송이 길어져 새로운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면, 늦어진 기간만큼 사업비가 오를 수 있다. 기존 제안서의 효력 기간을 연장한다면 사업비는 그대로 둘 예정이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종 계약이 체코 총선이 열리는 10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 이후 현지 정치 지형이 바뀔 수 있어 계약 시점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2036년 원전 가동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5월 7일 한수원과 발주사인 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 발전사(EDU Ⅱ)는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하루 전날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이 경쟁사 EDF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법원은 본안 소송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종 계약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후 발주사와 한수원은 계약 체결 금지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체코 최고법원에 항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