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오랜 기간 전기차 제조사들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세 가지 금속 원소를 조합해 만드는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썼지만, 최근 저렴한 금속의 함량을 높여 비용은 줄이면서도 성능은 개선한 배터리가 개발되고 있다.

3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테네시주(州) 합작 공장의 일부를 LFP(Lithium Iron Phosphate·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삼성SDI(006400)도 2027년 인디애나주에 완공하는 GM과의 합작 공장에서 LFP 배터리를 만드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퓨처엠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대항마로 주목받는 LMR(리튬망간리치) 배터리 양극재의 시험 생산에 성공하고 양산 기술 확보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가 세종 기술연구소 파일럿 플랜트에서 LMR 양극재 제품 생산을 테스트하고 있다./포스코퓨처엠 제공

LFP 배터리는 가격이 비싼 니켈과 코발트 대신 가격이 저렴한 인산철로 만드는 리튬이온배터리로 기존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저렴한 게 장점이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삼원계 배터리를 LFP 배터리로 교체할 경우 전기차 가격을 약 30%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LFP 배터리는 주로 중국 전기차에 많이 탑재됐다. 그러나 수년간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면서 최근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값싼 LFP 배터리의 적용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GM은 볼트, 이쿼녹스, 블레이저 등에 LFP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으며 현대차(005380)도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오토차이나 2024′에서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CATL로부터 신형 LFP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테슬라 등도 향후 생산하는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저렴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일반적으로 배터리 1㎏당 저장하는 에너지 단위인 와트시(Wh)로 표시된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 같은 무게로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다.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평균 160Wh/㎏ 수준으로 삼원계 배터리의 밀도인 250Wh/㎏보다 낮다. 이 때문에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와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려면 무게가 훨씬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LFP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LMR(Lithium Manangese Rich·리튬망간리치)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LMR 배터리는 코발트와 니켈의 함량을 최소화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망간의 함량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에너지 밀도는 LFP 배터리보다 약 33% 높다. 쉽게 말해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장점을 모두 가진 배터리에 해당되는 것이다.

작년 9월 26일 현대차, 기아, 에코프로비엠이 LFP 배터리 양극재 공동 개발에 합의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LFP 배터리 시장의 경우 CATL과 BYD 등 중국 제조사가 주도하고 있지만, LMR 배터리는 국내 기업들이 앞서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LMR 배터리에 대한 특허를 200개 넘게 갖고 있으며, 2028년부터 GM과 합작해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배터리 소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도 지난달 27일 LMR 양극재의 개발을 완료해 올해 안에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수주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간 연구개발로 LMR 양극재의 수명(cycleability) 성능을 개선해 상용화의 걸림돌을 해소했다고도 설명했다.

일부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초고밀도 LFP 배터리에 탑재되는 양극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초고밀도 LFP는 기본적인 LFP 배터리의 제작 방식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여 단점을 개선한 배터리다.

배터리 양극재의 밀도는 부피(cc)당 질량(g)으로 표시되는데, 일반적으로 2.7g/cc를 넘기면 초고밀도 LFP 배터리 양극재로 분류된다. 이는 현재 중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고밀도 양극재의 밀도인 2.2~2.4g/cc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다.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엘앤에프(066970)는 내년 안에 2.7g/cc 이상의 초고밀도 LFP 배터리 양극재를 양산하고, 2027년부터는 미국에도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247540)도 비슷한 수준의 초고밀도 LFP 양극재를 올해 2분기부터 시험 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