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자력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원자력계 새 먹거리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미국 내 SMR 상용화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삼성물산(028260) 등 국내 SMR 관련 업체들도 수혜가 예상된다.
30일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NRC)는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가 설계한 77메가와트(㎿) 원자로가 표준 설계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설계안대로 만들면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받은 것으로, 건설 허가와는 다르다. NRC는 원자력 발전소 규제, 방사성 폐기물 관리, 원자로 기술 심사 등 미국 내 모든 원자력 활동을 관리하는 핵심 기관이다.
이번 원자로 표준 설계 인증으로 뉴스케일파워는 전 세계 SMR 기업 중 개발 속도가 가장 앞선 곳이 됐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만든 테라파워(TerraPower)는 나트륨 SM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홈페이지에 “NRC로부터 예상보다 빠르게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원자력 산업 재건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네 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가속화하고, 규제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 4건에 서명했다. 구체적으로 ▲신규 원자로 허가 결정을 18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새로운 실험용 원자로를 만드는 계획 등이 포함됐다.
뉴스케일파워는 10년 내 77㎿급 SMR을 여러 대 가동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뉴스케일파워와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 지분 투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주기기 납품을 예상하고 있다. 이번 표준 설계 인증을 받은 모델에도 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든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 발생기 등이 포함됐다.
삼성물산, GS에너지 등도 뉴스케일파워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물산은 향후 SMR 건설 시 설계·조달·시공(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부문에서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GS에너지는 SMR 기술 보급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협업한다.
SMR 장점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부품을 현장에 가져와 비교적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원전과 비교해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대규모 원전 부지가 필요하지 않고, 전력 수요에 맞춰 기기 수를 늘릴 수도 있다.
거꾸로 개발 초기 단계여서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 비교해 발전 단가가 더 비싸다는 주장도 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이고, 규제 승인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방사성 폐기물 문제도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