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가 본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히자, 테슬라 주가는 물론 한국 배터리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 전환 기조에 변화가 생겼음을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어 향후 한국 배터리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머스크 CEO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엑스(X·옛 트위터)에 “하루 24시간 내내 일하고 회의실, 공장에서 잠을 자던 때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X와 테슬라에 엄청나게 집중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중순 이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위해 유세장을 돌아다녔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워싱턴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로이터 연합뉴스

머스크 CEO가 정치로 눈을 돌린 사이 테슬라 실적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유럽에서 7261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한 수치다.

머스크 CEO가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히자 테슬라와 삼성SDI(006400), LG에너지솔루션(373220), 포스코퓨처엠(003670),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엘앤에프(066970) 등 한국 배터리 업체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혁신적인 전기차가 나와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이다.

반면 GM의 전기차 관련 태세 전환은 배터리 업계에 악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GM이 뉴욕주 버팔로에 위치한 토나완다(Tonawanda) 공장에 있는 전기차 모터 생산에 3억달러를 투자하려던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V8 엔진을 만드는 데 8억8800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GM은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자 V8 엔진 생산에 집중해 수익성 높은 트럭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네럴모터스(GM)의 미국 합작공장 전경. / 얼티엄셀즈 제공

GM은 전기차 중심에서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차량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크 로이스 GM 사장은 지난해 8월 “전기차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GM의 전기차 관련 기조 변화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했거나 운영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포스코퓨처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얼티엄셀즈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미국에서 공장 2곳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SDI도 GM과 손잡고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GM과 합작사인 얼티엄캠을 만들어 캐나다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건설 중이던 미국 얼티엄셀즈 제3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넘기기로 했고 지난 8일 인수가 확정됐다. 삼성SDI와 GM이 미국 인디애나주에 건설한 배터리 공장의 양산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어진 2027년으로 수정됐다.

GM은 중국 업체와의 전기차 배터리 협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커트 켈리 GM 배터리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23일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파트너와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가 강점을 지닌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아닌 중국 업체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중저가형 배터리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도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GM 요청에 따라 미국 공장 일부를 LFP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선 전기차를 선택할 때 성능보다 가격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GM이 LFP 배터리 채택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