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해운사 하파그로이드(Hapag-Lloyd)가 중국 조선사와 선박 발주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액화천연가스(LNG·Liquified Natural Gas)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것으로, 앞서 한화오션(042660)과 건조의향서를 맺은 물량이다.
이날 조선·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 등에 따르면 하파그로이드는 최근 중국 조선사 양쯔강조선과 1만6000TEU급 선박 6척 발주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해당 물량은 하파그로이드가 지난해 양쯔강조선에 같은 규모의 선박 12척 건조 계약을 맡기면서 걸었던 옵션 물량이다.
하파그로이드는 지난 2월 미국의 대중(對中) 규제 영향으로 한화오션과 건조의향서를 맺으며 발주처 변경을 검토했으나, 다시 중국 조선사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건조의향서는 기한을 정해 발주 관련 논의를 하겠다는 것으로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 한화오션과 맺었던 건조의향서에 따른 계약금은 모두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로 알려졌다.
하파그로이드의 발주처 선회 추진은 미국의 대중 규제 수위 완화,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조선사의 선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무역대표부(USTR·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가 중국 선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선주들이 중국 선박을 사용하는 데 따른 입항 수수료를 내더라도 선가가 낮은 중국에 발주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USTR은 지난달 중국 제조·소유 선박에 오는 10월 14일부터 순톤(Net ton·907.2㎏)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해당 수수료는 향후 3년간 매년 30달러씩 늘어난다. 중국이 제조하고 다른 나라 기업이 소유한 선박에도 순톤당 18달러를 부과하고, 3년간 매년 5달러씩 인상하기로 했다.
아직 수수료의 상한선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선박에 최대 150만달러(약 21억원)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던 초기 규제안에 비해 완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트레이드윈즈는 “1만6000TEU급 이중 연료 추진 선박의 경우 중국 선가는 1억9000만달러 선이나 한국 조선사는 2억2500만달러 수준”이라며 “선가 차이와 미국 항만 수수료 규제 완화가 하파그로이드의 발주 재고를 유발했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하파그로이드와 체결한 건조의향서와 관련해서는 밝힐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