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대구급(3100톤) 호위함에서 배관에 구멍이 생기는 결함이 발견된 가운데, 한화오션(042660)은 설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설계 시 이런 결함을 예상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 수주를 놓고 HD현대중공업(329180)과 경쟁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호위함 결함이 한화오션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급 호위함의 기본 설계는 한화오션의 전신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에 맡았다. 당시 배관 재질을 구리·니켈 합금에서 스테인리스강으로 변경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구급 호위함인 경남함이 해군의 전 해역 해상훈련에 참가했다. /해군 제공

대구급 호위함에서 생긴 결함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된 배관이 해수를 견디지 못해 구멍이 생겼고, 이 구멍으로 새어 나온 해수가 연료탱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당시 최고 성능을 가진 스테인리스강을 사용했기에 설계상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구리·니켈 합금 재질 대신 스테인리스강(SUS316L)을 선택했는데, 한 협력업체는 다른 스테인리스강(SUS304L)을 사용했다. 협력업체가 잘못 사용한 배의 배관에서 처음 구멍이 발견됐는데, 한화오션이 선택한 스테인리스강을 쓴 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됐다.

업계에서는 “해상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은 환경에 따라 고장 날 가능성이 늘 있다. 이상이 없을 것이란 판단해 부품을 바꿨는데, 이상이 생겼다면 판단이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이 MADEX 2019에서 전시한 ‘KDDX 통합마스트(IMAST)’의 모형.

문제가 생긴 배관이 관통하는 연료탱크는 호위함 내 발전기용 연료를 보관하는 곳이다. 무기 체계나 엔진 등 중요 부품이 아니어서 중대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연료탱크를 관통하도록 설계한 것은 발전기 정비 등을 위한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군 관계자는 “통상 수만 개의 배관이 들어가는데, 탱크 외부로 돌릴 경우 정비 공간이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해군이 현재 운용하는 다수의 호위함도 배관이 연료탱크를 관통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군 당국과 방위사업청(방사청)은 해당 배관이 탱크 외부를 우회하도록 구조를 바꿨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설계 과정에서 한화오션이 스테인리스강 배관을 택한 것은 구리·니켈 합금 재질의 배관이 연료와 만나면 침전물 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수리를 거쳐 배관 구조가 바뀌었어도 호위함 운용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서 군과 한화오션은 추후 수리해야 할 호위함의 배관 재질 변경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KDDX 상세 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서로의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고소전을 벌이기도 했다.

방사청은 호위함 결함이 KDDX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호위함 사업과 KDDX는 별도 사업”이라며 “KDDX 사업 추진 방안 결정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