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지난해 11월 사내독립기업(CIC) 방식으로 통합한 SK이노베이션 E&S 산하의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발전사를 담보로 자금 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엔무브와 SK온이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자금을 마련하면서 약속한 기업공개(IPO) 시한인 2026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 E&S의 도시가스 자회사 7곳 중 광양발전소, 파주발전소, 여주발전소, 하남발전소, 위례발전소 등 LNG 관련 자산을 유동화해 최대 5조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발전소는 LNG를 연료로 하는 발전 사업을 하는 알짜 회사다. 지난해 영업이익 합산액은 6000억원이 넘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지주사인 SK㈜에 자금 조달을 문의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발전사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자금 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거래소가 IPO를 추진 중인 SK엔무브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엔무브는 2018년에 상장이 무산된 이후 7년 만인 올해 재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상장 예비 심사 전 사전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SK엔무브의 중복 상장과 관련해 주주 보호 방안 수립을 요구했다.
SK엔무브 지분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70%, IMM크레딧솔루션이 30%를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미 증시에 상장돼 있기에 SK엔무브가 기업 공개를 추진하면서 중복 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SK엔무브 상장 이후 SK이노베이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1년 IMM크레딧솔루션에 SK엔무브 주식 1600만주를 당시 가격으로 약 1조2000억 원에 매각했다. 그러면서 SK엔무브가 5년 이내에 상장하고 내부수익률(IRR) 5.7% 이상을 달성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IMM크레딧솔루션은 SK엔무브가 상장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이었다. 만약 SK엔무브가 2026년 안에 상장하지 못하면 SK이노베이션은 IMM크레딧솔루션에 1조6000억 원을 줘야 한다.
SK이노베이션에 자금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배터리 사업자 SK온이 투자금을 마련하면서 상장을 약속한 기한 때문이다. SK온은 2022년 이후 국내와 해외 투자자 컨소시엄에서 각각 1조2000억원, 1조6000억원을 조달했다. 그러면서 2026년까지 상장하기로 약속했다.
약속한 시점까지 일정 수익률을 충족해주지 못하면 SK이노베이션은 투자자인 MBK파트너스, 한투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에 투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를 포기하면 투자자들은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 지분까지 매각할 수 있는 동반 매도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온이 약속한 시점 안에 IPO를 하지 못하면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도 SK온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SK온이 내년 중 상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고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까지 시설 투자에 투입한 비용은 약 20조원으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고 전기차 수요 둔화로 기대하는 만큼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SK온은 투자자들과 2028년까지 상장을 연기할 수 있는 계약을 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PO는 2~3개월 안에도 가능하기 때문에 SK엔무브 IPO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발전사를 담보로 한 자금 마련에 대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