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와 K2 전차 등 지상 무기를 주로 수출한 한국 방위산업 업계가 잠수함 수출에 도전한다. 잠수함 수주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2011년 인도네시아와 3척을 계약한 게 마지막이었다. 방위사업청(방사청)과 방산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국방력 강화를 추진 중인 국가가 많아 잠수함 등 해상 분야로도 수출 대상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14일 군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폴란드가 3000톤(t)급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오르카 프로젝트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결과는 한 달 내에 나올 전망이다. 오르카 프로젝트에는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가 포함돼 있어 총 사업 규모는 약 8조원이다.
한화오션(042660), HD현대중공업(329180)은 공동으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작년부터 현지 방산 기업들과 협력해 온 한화오션은 3000t급 이상 대형 잠수함을 제시했고, HD현대중공업은 2300t급 잠수함 모델을 제안했다. 두 회사 모두 폴란드에 현지 MRO 시설 설치 등 추가 투자 방안도 밝혔다. 정부도 폴란드를 찾아 빠른 납기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언급하며 지원에 나섰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모두 3000t급 잠수함을 만들 수 있어 공동으로 수주하면 동시에 두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어 납기를 앞당길 수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원팀(One Team)으로 참여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방사청 주도로 함정 수출 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으로 추정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요청 제안서(잠수함 제원과 인도 시기 등을 설명하는 문서)를 캐나다 정부에 제출했다. 구체적인 사업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쯤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와 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선 이유는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 잠수함의 역사는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한국은 1980년대에 독일의 잠수함을 모방해 처음 잠수정을 개발했는데, 1860년대에 잠수함을 처음 건조한 프랑스보다 100년 이상 늦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발사대가 장착되는 등 신식 잠수함으로 평가받는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은 2018년에 개발돼 운용 이력이 짧은 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도산안창호함부터 국산화율이 약 75%까지 높아지면서 수출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잠수함 수출을 위해서는 정부·업체 간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중동·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잠수함 수출을 위해 홍보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