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 이어 미국이 원전 확대에 나서면서 한국 원전 업계에 추가 사업의 기회가 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일(현지 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행정명령 초안을 입수해 “트럼프가 원전 건설을 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여러 행정명령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 100기가와트(GW)인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1GW는 약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신규 신규 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인공지능(AI) 산업의 기반이 될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추진했고 이번에 원전 확대로도 눈을 돌린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전 확대에 나선 것은 러시아, 중국에 비해 원전 기술이 뒤져 있다는 우려도 들어가 있다. 미국의 원전 설계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미국은 세계 최대 원전 보유국으로 9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다. 하지만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州)에 있는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 원전 사고 이후 지금까지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아 건설 능력은 위축돼 있다.

행정명령 초안에는 “미국이 새로운 원자로 디자인을 개발하지 않아 지난 10여 년간 설치된 원자로 대다수는 러시아와 중국의 설계에 기반하고 있다. 2017년 이후 전 세계에 설치된 원자로의 87%가 러시아와 중국 설계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계속될 수 없으며 미국은 원자력 르네상스를 재개하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원전 확대에 나서는 것은 한국에 기회다. 미국이 정치적 적국인 러시아·중국과 협력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원전 관련 건설사와 시공사에 기회가 열렸다. 미국에서 원전 추가 건설에 나설 경우 웨스팅하우스 등 해외 원전 사업자가 한국 관련 기업에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한국 원전 업계는 실력과 공급망이 있는 것은 물론 건설·운영을 하는 나라”라며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한국형 원전의 건설 단가는 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미국(5833달러), 프랑스(7931달러)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