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부산 강서구에 있는 대한제강(084010) 녹산재생센터(NRC)의 하역 작업장. 고철을 가득 실은 화물차가 적치장에 들어서자 천장에 달린 카메라가 화물차 위치에 맞게 움직였다.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기반 철스크랩(scrap·철의 부스러기나 철 제품의 폐물) 검수 설루션인 아이모스(AIMOS)가 적용된 두 대의 카메라는 고철이 집게로 내려지는 순간을 자동으로 기록했다.

적치장 내 관제실에서는 화물차가 싣고 온 고철의 종류와 등급, 위험물이 있는지를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이 정보는 고철을 싣고 온 고객사에도 전송된다.

대한제강NRC의 적치장./양범수 기자

철스크랩은 철광석, 원료탄과 함께 철강 산업의 3대 원료로 전기로에서 쇳물로 녹여진 뒤 자동차, 기계 등을 만드는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유통 과정에서는 여러 종류가 한데 섞여 있기 때문에 분류 작업이 중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판정 작업은 검수자의 눈으로 이뤄진다. 철스크랩이 쌓여 있는 적치장에서 하역 작업과 동시에 검수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꼼꼼한 분류가 어렵다. 검수자가 보기에 특정 품목이 70% 이상인 경우 화물차 전체를 해당 품목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20톤(t) 화물차에 실린 철스크랩은 품목과 등급에 따라 적게는 800만원, 많게는 2000만원 이상이라 편차가 큰 편이다.

아이모스는 사람 눈에 의존하던 검수 작업을 AI로 대신하기 위해 대한제강과 LG CNS(LG씨엔에스(064400))가 만든 서비스다. 대한제강과 LG CNS가 7대 3의 비율로 만든 합작법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대한제강NRC 적치장 천장에 설치된 아이모스 카메라 센서. /아이모스 제공

아이모스는 200만개의 철스크랩 이미지를 학습해 사람보다 정확하게 철스크랩의 등급을 판정하고 위험물을 빠르게 색출한다. 하역 작업이 이뤄지는 시간은 5~10분 사이라 검수자가 충분히 볼 시간이 부족하다.

김범석 아이모스 대표는 “적치장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이모스를 통한 판정이 고도화하면 한 명의 검수자가 적치장 다섯 곳까지 관리할 수 있다”며 “기존의 검수자는 철스크랩 데이터를 관리하며 다른 업무를 하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대한제강NRC에도 8500㎡(약 2570평) 부지에 2만5000t의 철스크랩을 쌓아둘 수 있는 3개의 적치장이 있었지만, 검수자는 관제실에 앉아 모니터를 보는 직원 1명뿐이었다. 적치장에는 화물차의 하역 작업을 안내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있었다.

김 대표는 “AI 판정이 확산하면 안전 사고를 줄일 수 있고, 가격 산정의 투명성이 높아져 유통 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제강 검수원과 아이모스가 판정한 철스크랩 차이. /대한제강 제공

아이모스는 지난해 대한제강과 YK스틸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올해 초부터 국내 대형 철스크랩 유통사 중 하나인 SP네이처에 도입됐다. 올해 3분기까지 철스크랩 유통사 6곳에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한국철강협회 철스크랩위원회 소속 제강사는 대한제강·YK스틸 등 총 9개, 유통사는 약 200개다.

아이모스는 철강 업계가 전기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어 철스크랩 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로는 철스크랩으로 쇳물을 만든다. 김 대표는 “올해 시제품이 나온 만큼 점차 저변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제강NRC 적치장에서 하역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아이모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