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리튬 대신 나트륨을 사용하는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올해 하반기 중에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업체가 강점을 가진 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단점이 있지만, 값이 싸고 안전한 장점이 있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아직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 개발 단계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CATL은 상하이모터쇼(4월 23일∼5월 2일) 개막을 앞둔 지난 21일 상하이에서 개최한 ‘테크 데이(Tech Day)’ 행사에서 2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의 상용화 준비가 완료돼 하반기 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낙스트라는 2021년 CATL이 처음 발표한 1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이은 2세대 제품이다. CATL은 낙스트라를 오는 6월 중장비 차량용부터 생산하기 시작해 12월에는 전기차·하이브리드용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른바 ‘소금 배터리’라고 불리는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에 리튬 대신 나트륨을 원료로 사용하는 차세대 배터리다. 나트륨은 구하기 쉽고 가격이 싼 장점이 있다. 쩡위친 CATL 회장은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실험실에서 나와 대규모 상업 생산 준비를 마쳤다.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의 최대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트륨은 소금에서 염소만 제거하면 얻을 수 있다. CATL의 전기차 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가오환은 “부엌에 있는 소금으로 에너지 문제가 해결된다”고도 말했다. 나트륨 가격은 1㎏당 약 270원으로 리튬 가격의 50분의 1 수준이다. 이차전지 가격의 약 40%를 양극재가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생산단가를 확 낮출 수 있다.
또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보다 반응성이 낮아 안정성이 높다. CATL의 테크 데이 영상을 보면 양쪽에서 누르고, 바늘과 드릴로 뚫고, 전기톱으로 잘라도 불도 나지 않는다. 화재 위험이 적고 저온에서도 성능 저하가 심하지 않은 것이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장점이다.
단점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배터리 수명이 짧다는 점이다. CATL이 2021년 선보인 1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에는 이런 문제가 있었지만, CATL은 2세대 제품에서 대폭 개선했다. CATL은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1㎏당 175와트시(Wh)로 LFP 배터리(1㎏당 185Wh)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주행 가능 거리는 약 500㎞이며, 영하 40도에서도 충전량의 90% 이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국 배터리 업계도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2030년 이전에 다른 차세대 배터리보다 우선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손권남 LG에너지솔루션 차세대전지개발센터장은 지난 10일 SNE리서치가 개최한 ‘차세대 배터리 콘퍼런스 2025’에서 “모빌리티의 전동화가 더 확대되면 리튬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 장기적으로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 과제 주관사로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지난달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력은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ATL은 충전 속도를 확 높인 ‘선싱(Shenxing)’ 2세대 배터리도 함께 선보였다. 선싱은 주행 가능거리가 800㎞로 5분 충전에 520㎞를 주행할 수 있다. 추운 날씨에도 15분 만에 충전량 80%를 달성할 수 있다도 밝혔다. 이는 경쟁사인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지난달 발표한 충전 시스템의 성능을 넘어선 것이다. BYD는 당시 5분 충전에 470㎞ 주행이 가능한 급속 충전 시스템을 선보여 시장에 충격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