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늘면서, 중국산이 장악한 LFP 양극재 시장 의존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NCM) 배터리에 주력해 온 국내 소재사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LFP 양극재 생산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중국 양극재 기업 ‘상주리원’으로부터 LFP 배터리용 양극재를 공급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사 중 유일하게 LFP 배터리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고, 올해 하반기부터 르노에 공급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상주리원과 LFP 양극재를 5년 동안 16만톤(t)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4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룽판커지와도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가격 경쟁을 위해 LFP 배터리 도입을 늘리는 추세지만, LFP 양극재는 중국 기업 의존도가 높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은 지난해 글로벌 LFP 배터리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했는데, LFP 양극재 시장 상위 1~5위도 모두 중국 기업이다.

국내 기업이 성능이 뛰어난 NCM 등 삼원계에 집중할 때 중국은 LFP 배터리에 주력해 왔다. LFP 배터리는 안정성이 높고, 가격이 싼 대신 밀도가 낮아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성능이 개선되고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LFP를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7%에 불과하던 LFP 채택률은 지난해 40%까지 확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기업은 LFP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산 LFP 양극재는 내년에나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엘앤에프(066970), 에코프로(086520),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등은 현재 시범 생산 중으로 엘앤에프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삼성SDI(006400), SK온도 내년부터 LFP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국내 소재사는 기술력과 미국 현지 생산 등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전기차 양극재 적재량은 280만6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6% 증가했다.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갖는 삼원계 양극재 적재량은 128만2000t으로 1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 중심의 LFP 양극재 적재량은 90.4% 늘어난 152만4000t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