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조선사 대한조선이 조선업 호황을 타고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대한조선은 2009년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거친 후 2022년 KHI에 인수된 지 3년 만에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에 나섰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심사를 받고 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공모 주식 수 1000만 주 중 80%를 신주로 모집할 예정이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라남도 해남의 대한조선 조선소 전경. /대한조선 제공

대한조선은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042660))의 위탁경영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2014년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해 이듬해 종결 후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다가 2022년 KHI에 인수됐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KHI가 대한조선 지분 65%, 안다H자산운용이 31%를 갖고 있다.

투자회사 KHI는 2021~2022년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과 대한조선을 잇따라 인수하며 조선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케이조선 경영권을 부실채권(NPL·Non Performing Loan) 투자회사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넘긴 후 대한조선에 집중하고 있다. 김광호 KHI 회장이 대한조선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대한조선이 건조한 아프라막스급 원유 운반선. /대한조선 제공

대한조선은 주로 중대형 유조선을 만든다. 15만DWT(Deadweight Tonnage·선박에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톤수) 수에즈막스급 원유 운반선과 8만∼12만DWT 아프라막스급 원유 운반선이 주력 선종이다. 지난해 원유 운반선 8척을 수주하며 올해 2월 말 기준 수주잔량 24척(21억7000만달러)을 확보했다.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이중 연료(DF·Dual Fuel) 추진선으로 변경 가능하고 황산화물 저감장치 스크러버를 적용한 친환경 선박을 만들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74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1582억원으로 340%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22년 525%에서 지난해 198%로 낮아졌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저가 수주했던 물량을 조기에 인도하고 수익성이 더 높은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이 매출에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중소형 조선사의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규모와 발급 기관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수주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9일 ‘조선 RG 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RG 보증을 늘리기로 했다.

RG는 조선사가 선주에게 선박을 인도하지 못할 경우 선주가 지급한 선수금을 금융사가 대신 지급하겠다고 약정하는 보증 제도다. 그동안 중소형 조선사들은 대형사에 비해 RG 확보가 어려워 수주 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호소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