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참사를 일으킨 제주항공(089590)의 항공기 엔진에 대한 조사 결과가 이르면 6월 나온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제주항공, 엔진 제조사의 책임 정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사고 여객기 엔진 2개를 제작사인 프랑스 씨에프엠 인터내셔널(CFM International)에 보내 5월부터 분해 조사를 진행한다. 사조위는 조사위원 등 관계자 7명이 동행해 현장에서 사고 영향 요인 등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사 결과는 이르면 6월쯤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12월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과학수사 경찰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뉴스1

사조위는 엔진 조사로 조종사가 조류 충돌 직후 착륙 대신 복행(復行·착륙에 실패해 다시 상승하는 것)을 선택한 원인, 사고 직전 영상에서 확인된 굉음의 원인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고기 조종사가 둔덕이 없는 01번 방향으로 착륙하겠다고 했으나, 관제탑이 둔덕이 있는 19번 방향으로 변경을 안내한 상황도 밝혀낼 계획이다. 항공기는 비상착륙 후 둔덕과 충돌했다.

사고 당시 관제사는 01번 방향 활주로 착륙을 전한 항공기 조종사에 19번 방향으로 착륙하겠냐고 물었다. 조종사는 관제사의 물음을 받고 19번 방향으로 동체 착륙했다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사조위는 비행기가 19번 방향으로 착륙한 것은 조종사가 01번 방향 착륙이 어렵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으로 보고, 엔진 조사 등으로 당시 상황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항공기의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가동이 사고 직전 4분 7초간 중단돼 당시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조위는 CCTV 영상·교신 기록·엔진 분해 조사 등 가능한 모든 조사를 통해 기록이 없는 상황을 과학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항공 업계에서는 엔진 조사 결과로 사고 요인이 다양하게 파악되면 제주항공이 사고 책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진 분해 조사 결과 기체 제작 결함이 밝혀지거나, 관제탑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면 항공기 제조사와 국토교통부가 사고에 일부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항공법 전문가인 오세철 변호사는 “항공사의 경우 국제 협약에 의해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과실이 없더라도 최대 17만 달러(약 2억5000만원)의 보상을 하게 된다”면서 “사고 조사 결과 사고의 주된 책임이 항공사에 있지 않다고 판명되면 항공사가 사고 책임 소재에 따라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망 사고 발생 시 받게 되는 처벌 역시 책임 소재에 따라 피할 수 있게 된다. 항공안전법에 따라 항공운송사업자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해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항 증명이 취소되거나 항공기 운항 정지 처분을 받는다. 제주항공 참사의 경우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기에 제주항공의 과실이 발견되면 회사는 150일 이상 180일 미만의 항공기 운항 정지 처분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