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도입 사업이 6월 조기 대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이달 중 사업분과위원회(분과위)에 안건을 올려 논의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이 사업자 선정 방식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방사청은 구체적인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차기 정부로 사업자 선정이 넘어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조용진 방사청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4월 안에 분과위에 안건을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양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와 계속 협의 중이지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KDDX 사업은 방사청 분과위가 심의를 통해 상세 설계와 선도함(1번함) 건조를 맡을 기업을 정하고, 이어 방추위가 최종 결정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KDDX는 7조8000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6000톤(t)급 국산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맡았고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아 2023년 12월 완료했다. 다음 단계인 상세설계와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방식을 놓고 두 회사가 맞서면서 1년 넘게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는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탈취 유죄 전력을 들어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사청은 지난달 17일 열린 분과위에서 KDDX 안건을 논의했지만 수의계약, 경쟁입찰, 양사 공동개발 중 결론을 내지 못했다. 분과위 내 외부 위원들이 수의계약 방침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분과위에서 다시 논의하려고 했으나 위원 간 이견으로 안건을 올리지도 못했다.
이달 초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불러 사업방식 합의를 주문했으나 두 회사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해 진척이 없었다. 이후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60일 이내 대선이 확정됐다. 방산업계에선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방사청이 사업자 선정을 강행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란 관측이 나온다. 방사청 내부에서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업체 반발과 위원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수란 얘기가 나온다.
방사청 관계자는 KDDX 사업방식 결정과 관련해 “대선 이후로 미룰 생각은 없으며, 4월 내 분과위 안건 상정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