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전시장. DN솔루션즈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적층(積層) 제조 설루션인 DLX 시리즈를 보기 위해 영국·독일·이탈리아 등에서 온 관계자들이 몰렸다. 오전 11시 30분이 되자 검은 천으로 덮여 있던 기계가 모습을 드러내고 시연이 시작됐다. 시연이 시작되자 기계 안에서는 섬광이 번쩍이며 아무 것도 없던 작업대 바닥에 금속으로 된 복잡한 꽃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계는 사람이 조작하지 않아도 지정된 형상을 만들 때까지 반복해서 작동한 뒤 완성된 제품을 이동시켰다. 작업자는 기계 외부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작업 상태를 확인하고 완성품을 꺼내기만 하면 됐다.
적층 제조는 소재를 쌓아 제품을 만드는 3D 프린팅 방식의 제조 기법이다. 3D 프린팅에는 일반적으로 고무나 플라스틱 등이 소재로 사용되지만, 산업용 기계를 만드는 DN솔루션즈의 적층 제조 설루션은 스테인리스나 티타늄 등 금속을 쓴다. 이 때문에 소재에 직접 열을 가한 뒤 압출(壓出·좁은 구멍으로 눌러서 밀어냄)해 제품을 만드는 일반적인 3D 프린팅 방식과 달리, 작업판에 분말화된 소재를 코팅해 고출력의 레이저로 이를 소결(燒結·고온에서 굽는 것)해 쌓는 PBF(Powder Bed Fusion) 방식을 사용한다.
DN솔루션즈가 PBF 방식의 적층 제조 설루션을 출시한 것은 이번 DLX 시리즈가 처음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지난달 인도 최대 금속 적층 제조 장비 업체인 인텍(INTECH)과 지분 투자 및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또 해당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업계 1위 업체에서 금속 3D 프린팅 사업 부문 담당 임원을 지낸 비노 순타라쿠마란 상무를 영입해 관련 부서를 신설했다. 현재 적층 제조 사업 조직 인원 수는 한국과 독일에 십수명 규모로, 지속해서 확대할 방침이다.
적층 제조 방식을 사용하면 기존 절삭·가공 방식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DN솔루션즈는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더 높은 품질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DLX로 만든 복잡한 형태의 열 교환기 부품, 항공 우주 분야에서 쓰이는 부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곡면으로 만들어진 부품이 많았는데, 기존의 절삭·가공 방식의 기계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공작 기계 부품인 스핀들 프론트와 같이 비교적 단순한 형태를 만들더라도 기존 제품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도록 만들 수 있다. 직선형 가공이 중심인 절삭·가공 방식으로 만드는 제품은 미세한 홈을 구현하려면 제품을 부분으로 나눠서 만든 뒤 결합해야 하는 반면, 적층 제조는 제품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지 않고도 구현이 가능하다.
DN솔루션즈는 적층 제조 활용도가 높은 우주·항공 산업 분야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자동차 부품 산업이나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도 제고할 방침이다. 순타라쿠마란 상무는 “적층제조는 과거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디자인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현대 생산에서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았다. 오는 2030년까지 시장 가치는 12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김상헌 DN그룹 회장은 이날 박람회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적층 제조 부문은 DN솔루션즈가 이전까지는 하지 않았고, 지금도 일부 업체만 하고 있어 새로운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그룹 차원에서 중점적인 사업이 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DN솔루션즈는 하이엔드(high-end·기능이 가장 우수한 제품) 공작기계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연 매출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DN솔루션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112억원, 영업이익은 4105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