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역내 무기체계 도입 확대를 추진한다고 해도, 유럽이 한국과 협력하지 않을 순 없을 겁니다. 유럽과 한국은 앞으로도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마노하 띠야가라즈(Manohar Thyagaraj) BAE시스템스(BAE Systems) 한국지사장은 11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기술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공동 예산 8000억유로(약 1260조원)를 동원해 EU 회원국 사이에서 무기체계를 거래하도록 하는 ‘유럽산 우선 구매 정책’ 계획을 밝히자 국내 방산업계에선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왔는데, 이를 불식한 것이다.
마노하 지사장은 “한국 업체들이 이미 유럽에 납품하는 제품이 많고, 일부는 폴란드 현지에서도 생산될 예정”이라며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유럽 기업이 많은 만큼, 유럽도 한국과의 협력 기회를 넓히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BAE시스템스는 세계 6위권, 유럽 최대 규모의 방산 기업으로 항공, 우주, 해상, 지상, 전자 체계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40개가 넘는 국가에 총 10만7400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52조원에 달한다.
BAE시스템스는 호크(Hawk) 고등훈련기를 필두로 한국과 30년 가까이 협력해 왔다. 현대위아(011210)와 제휴해 대한민국 해군의 KDX-II, KDX-III 구축함 및 프리깃함(FFX)에 탑재되는 함포를 공동 생산했고, LIG넥스원(079550)과도 협력해 TA-50·FA-50에 탑재되는 조종사용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비행조종컴퓨터(FLCC), 수리온 등에 탑재되는 플레어·채프 발사기(CMDS) 등의 항전 장비를 공급했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KF-21에도 조종사용 HUD를 납품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현대로템(064350)의 지상무기에도 BAE시스템스 기술이 탑재된다.
BAE시스템스는 한국과의 협력 분야를 무기체계 무인화 단계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롭 메리웨더(Rob Merryweather) BAE시스템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급박한 미래 전장 환경에서 육·해·공군의 신속한 결심과 임무 수행을 위해선 무기체계의 무인화와 실시간 네트워크 환경 구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뛰어난 무기체계 역량을 갖춘 한국 방위산업과 BAE시스템즈의 기술력을 결합한다면 좋은 시너지가 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BAE시스템스는 이날 무기체계 무인화 부문에서 외국과의 실제 협력 사례를 설명했다. 회사는 호주 육군이 운용 중인 M113 병력수송장갑차를 무인화할 수 있는 키트(kit)를 개발해 납품했다. M113은 1960년 미국에서 개발돼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돼 왔으나, 현대 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연식이 오래돼 점차 신형 장갑차로 대체되고 있다.
이 밖에도 회사는 오만의 연안 정찰용 고무보트에 무인화 키트를 납품해 24시간 중단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한 사례도 소개했다. 웨리메더 CTO는 “호주·오만과의 협력을 통해 군은 새로운 전술을 개발할 기회가 생겼고, BAE시스템스는 무인화 기술력을 고도화할 기회가 생겼다. 이러한 형태의 협력은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웨리메더 CTO는 “BAE시스템스의 무인화 기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제로 사용됐고 실전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며 “한국 방산 업체들과 무인화 부문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력 기회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