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최근 몇 년 새 유럽 지역 내 포탄 재고가 급감하면서 추진장약(화약)이 한국 방위산업의 새로운 수출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추진장약은 탄두 뒤에 장전돼 폭발력으로 탄두를 포신 밖으로 밀어내는 핵심 구성품이다. 자주포, 박격포 등 포탄과 관련된 모든 것에 탑재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 규격에 적용되는 장약을 개발해 영국에 처음 수출했고, 지난해 말 스웨덴 정부와도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는 추진장약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스웨덴 국방물자조달청(FMV)과 스웨덴 육군이 운용하는 아처(Archer) 자주포용 추진장약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는 계약 내용상 금액 규모와 인도 시기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결성된 NATO는 포병의 표준 규격으로 155㎜를 채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역시 이 규격에 맞춰 개발됐다. K9 자주포는 지금까지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튀르키예, 루마니아 등 여러 NATO 국가가 도입했는데, 추진장약도 차량과 함께 수출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9년부터 NATO 표준 155㎜ 포탄에 최적화된 모듈화 장약(MCS·Modular Charge System) 개발에 돌입했다. 이후 지난 2023년 11월 NATO 소속 국가인 영국의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에 수출하며 첫 성과를 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출형 MCS는 원통형 캔(can)과 비슷한 형태로, 이를 탄두 뒤에 몇 단으로 쌓는지에 따라서 포탄이 날아가는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다. 자주포에 자동 장전 포탑이 탑재된 경우에도 자동 공급 기계의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외부 탄피의 강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장약 구매를 결정한 스웨덴은 아처(Archer)라는 이름의 차륜형 자주포를 자체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아처도 155㎜ 규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출형 MCS와 호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9월부터 6673억원을 투자해 추진장약 공장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유럽 지역에는 탄약과 장약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은데, 이를 기회로 삼아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장은 오는 2026년 말까지 완공해 2027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증설이 마무리되는 2027년부터 추진장약 수출이 확대되며 매년 조 단위의 매출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탄약과 관련한 대규모 시설투자 결정은 향후 탄약 및 장약의 수요 증가에 대한 확신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며 “향후 탄약 관련 실적이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