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 1분기에 공급 차질이 있었지만, 올해 1월부터 점차 공급이 회복세 국면이다.”
올해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대건설기계는 올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밝혔다. 건설기계업계는 그동안 다소 침체됐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주문이 폭증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올해 공급이 정상화 국면에 들어서면 현대건설기계의 2분기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수요 강세에 힘입어 올해 국내 건설기계업체들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영업이익을 늘리는 등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각국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재개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중장비 업계에선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30일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를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등 국내 건설기계업체들은 올해 1분기 ‘V자 반등'에 성공한 모양새다. 현대건설기계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4.9% 증가한 797억원으로, 2017년 출범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6% 늘어난 9649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4869억원, 295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24%, 63% 증가했다. 두산밥캣(241560)도 10년 내 최대 실적을 올렸다. 원화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1조2248억원, 영업이익은 97.3% 증가한 171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SOC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이번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국가는 경기 회복을 위해 SOC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개발에는 건설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경우 올 1분기 건설기계 수요가 역대 최대 수준인 11만4000대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중국 진출 이래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공장 가동률을 두 배로 끌어 올렸다. 지난달 한 달 동안 중국 시장에서 판매한 굴착기는 총 4592대로, 작년 월평균 판매량 1500대의 약 세 배에 달한다. 밀려드는 주문에 국내 공장 가동률도 최고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기계 역시 올 1분기 중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1331대)보다 두 배가 넘는 3179대의 굴착기를 판매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중국 내 점유율을 1% 늘렸는데, 다른 해외 업체들의 점유율이 하락한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중국뿐이 아니다.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건설기계시장 규모 3위인 인도의 1분기 건설기계 수요는 역대 최대치인 7500대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63% 증가한 수치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도 호재다. 두산밥캣의 경우 미국 매출이 전체의 73%를 차지하는 만큼 실적 고공행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시설 투자 등이 하나둘 재개되고, 구리·철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들어 건설기계 발주가 급증했다”면서 “유럽시장도 지난달부터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올해 호황을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연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도 연내 마무리될 예정으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두산밥캣은 지난달 ㈜두산(000150)의 지게차 사업부인 산업차량BG(비즈니스그룹) 지분 100%를 7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투자재원 확보가 목적으로, 오는 7월쯤 계약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의 M&A 절차도 7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글로벌 트렌드인 친환경·무인화를 따라잡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기에 이에 적합한 친환경 모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IT(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건설장비, 현지 맞춤형 신모델 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