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과거에 제시됐던 자동차 산업의 고용 전망이 크게 빗나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는 생산 기술 변화로 제조 인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완성차 제조사의 고용 규모는 당시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15일 현대차(005380)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소속 조합원 수는 약 4만4000명이다. 이 가운데 생산직 근로자 수는 약 3만명으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 2019년 5월에 나왔던 전망치와 크게 다른 수치다. 당시 현대차 노사가 진행한 ‘자동차 산업 미래 전망과 고용 변화 토론회’에서 윤선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4차 산업 연구위원회 팀장은 “전동화(전기로 움직임)와 공유 경제 등에 따른 생산 기술 변화로 2025년에는 생산 인력이 40%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해 업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2019년 기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 수는 약 5만명, 생산직 근로자는 3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당시 전망이 현실화됐다면 현재 현대차의 생산직 근로자 수는 2만명 안팎으로 급감했겠지만, 현재 인력 규모는 6년 전보다 1000~2000명 줄어든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다.
2019년 토론회에서 근로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이유는 전기차 시장의 고속 성장이 근거가 됐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차량에 탑재되는 부품 수가 훨씬 적고 조립 공정도 단순하다. 이 때문에 6년 후인 2025년에는 완성차 산업의 무게 중심이 전기차로 완전히 넘어가고, 생산 인력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크게 둔화됐다. 시장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글로벌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의 합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1% 증가했지만, 2022년 54%, 2023년 35%, 2024년 26%로 매년 성장 폭이 둔화됐다.
수요 감소와 함께 배터리 기술의 더딘 발전도 고용 전망이 빗나간 요인으로 분석된다. 2019년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2025년이 되면 배터리 가격이 30~40%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재 가격은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 들어서야 현대차, 테슬라, 폭스바겐 등 여러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세 가지 금속 원소를 조합해 만드는 삼원계 배터리 대신 저렴한 인산철로 만드는 LFP(Lithium Iron Phosphate·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적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년 전에 비해 전기차 생산 차종과 물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에 따른 인력 감축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이 유지되고 제작 공정이 까다로운 하이브리드차의 수요가 늘면서 정년을 넘어 퇴직한 생산직 근로자를 재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차량 전동화에 따른 생산 체계 변화와 인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노사가 생산성 향상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하이로드(high road)’ 전략을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조 역시 조합원 수 감소와 재교육 등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생산 인력 감축 전망이 빗나가면서 현대차의 노사 관계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이달부터 시작되는 임단협을 앞두고 기본급 14만30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지급, 정년 64세 연장 등의 요구안을 확정했다. 또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장기 근속 근로자의 근속연수를 가산하는 퇴직금 누진제 시행 등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