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거액의 성과급을 받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임금·단체협상(임단협)도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28일 외환 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0.4원 오른 1376.40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말 환율인 1477원에서 약 7% 하락한 수치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달 초 1480원을 웃돌았지만, 최근 한 달여 간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미국의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늘어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화는 미국이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줄이라는 압박을 할 가능성이 커지며 가치가 오르고 있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 기업은 수익성이 하락한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수출 업종으로 환율의 흐름에 따라 실적이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최근 수 년 간 중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미국 판매 비중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현대차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5% 떨어지면 현대차의 순이익은 1595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환율 5% 변동 시 순이익 증감액은 1222억원이었다. 최근 미국의 판매 비중이 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진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앨라배마주(州)와 조지아주에 각각 현지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친환경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해 전기차를 현지 생산 중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해 상당수 차종은 여전히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올해 임단협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2월 조합원 2만7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단체교섭 조합원 기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61%가 ‘3500만원에서 4000만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게 적당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타결된 성과급은 기본급 500%에 1800만원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조합원들은 지난해 평균 3000만원 정도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올해 1인당 성과급을 4000만원씩 지급할 경우 올해 현대차가 지출해야 할 성과급 총액은 약 2조8000억원이다. 기아 역시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초부터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미국의 관세 영향을 받는 2분기부터는 실적이 부진한 흐름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판매 부진, 미국 관세, 환율 상승 등 여러 악재에 노출돼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노조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임단협에서 보다 현실적인 요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