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이 창원공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회사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달 3일 오후 1시 1분(한국 시각)부터 미국으로 들어가는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붙으면서 한국GM의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한국GM은 국내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GM 내부에서는 미국의 관세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창원 공장을 정리하고 생산 라인을 부평 공장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한국GM 창원공장 입구 전경. /조선비즈 DB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 승용차 사업부를 인수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GM은 인천 부평, 전북 군산, 경남 창원 등에서 완성차 공장을 운영했다. 이후 2018년 GM 본사가 글로벌 사업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현대차(005380)그룹의 1차 협력사인 명신에 매각했다.

한국GM은 현재 부평공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Sports Utility Vehicle)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만들고 있다. 수출 전용 소형 SUV인 뷰익 앙코르 GX와 쿠페형 SUV 뷰익 엔비스타도 부평공장에서 생산된다. 창원공장에서는 소형 SUV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생산 중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부평공장이 창원공장에 비해 생산 차종이 많기 때문에 이곳으로 생산 라인을 통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창원공장의 생산직, 사무직 근로자 중 일부가 부평공장으로 이동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사실상 미국에서 팔 차량을 만드는 하청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총 49만9559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약 84%에 해당하는 41만8782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된다.

한국GM은 올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3일부터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는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상호 관세가 아닌 품목별 관세라 GM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량 역시 미국에 들어가려면 관세를 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발표 후 철수설이 확산되자 한국GM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GM 노동조합은 최근 본사로부터 국내 생산 물량을 2만1000대 추가하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도 지난 16일 경기 광명에서 열린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출시 행사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폐쇄된 후 매각된 옛 한국GM 군산공장의 출고 대기장. 굳게 닫힌 녹슨 철문 뒤로 잡초가 무성한 빈 땅과 멀리 빛바랜 쉐보레 로고가 보인다. /진상훈 기자

그러나 관세 부과가 장기화되면 한국GM은 실적 악화를 피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전면 철수까지 이어지진 않더라도 상당 폭의 구조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는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제조사는 미국 내 생산 시설이 많아 해외 생산 물량을 다시 미국으로 옮기기 쉽다고 분석했다. 만약 한국GM의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 생산 시설을 줄이고 일부 물량을 미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