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학생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남학생들이 병역특례 대신 군 복무를 선택하면서 근로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약 140개교, 50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2014년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독일, 스위스 이원화 직업교육 모델을 국내 현실에 맞게 도입, 특성화고 학생들이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전공하는 과와 교과과정에 따라 2~3학년에 중소기업으로 취업하며 하루 중 오전에 학교, 오후에 일을 하거나 1주일 중 3~4일을 기업에서 보내기도 한다. 참여기업은 2000여개다.
취업률은 준수한 편이다. 올해 전국 도제학교 성과 평가 1위에 오른 인천 부평공업고등학교는 2023~2025년까지 평균 취업률 90%를 기록하고 있다. 이른 나이에 취업해 소득을 얻을 뿐 아니라 입대 대신 취업한 기업에서 34개월간 병역특례로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는 점이 유인책으로 작용한 결과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도 젊은 기술자를 확보하며 현장 운영의 안정을 도모했으나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이 단축되고 급여도 오르면서 취업 이후 군 복무로 방향을 트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현역 군 복무 기간은 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로 점점 단축되고 있지만 병역특례 복무 기간은 34개월로 유지되고 있다.
병사 월급이 대폭 오르면서 군 복무 중 일정 수준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점도 중소기업 현장을 떠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병사로 입대할 경우 군 복무를 마칠 때까지 육군 약 2000만원, 해군 약 2300만원, 공군 약 2500만원을 받는다. 전역 후 사회생활 지원을 위한 장병내일준비적금 등까지 더하면 3000만원을 웃돈다.
취업했다가 퇴사 후 입대한 특성화고 졸업생은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매월 200만 원 초중반대 급여를 받는데, 입대했을 때 받는 급여와 큰 차이가 없다”며 “병역의무를 빨리 마치고 중견기업에 취업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를 운영하는 원영미 다원정밀 대표는 “병역특례 제도가 학생들의 제조업, 뿌리산업과 같은 국가기반산업에서 숙련 기술을 습득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최근에는 유인이 줄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병역특례는 병역법에 규정된 사항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관련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반도체·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 인재 확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으로 국한된 병역지정업체를 대기업으로 확대하고, 전문연구요원 전직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개정사항으로 논의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 현장에서 유사한 민원이 있어서 문제는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뿌리 제조 산업 현장도 중요하지만, 반도체와 AI 분야 인력의 해외 유출 문제가 시급한 우선순위로 다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