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특근이 일상화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주 4.5일 근무만으로도 일주일 치 업무가 가능하다는 의견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Gemini

27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주 4.5일제 근무제에 관한 내용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하고 관련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주 4.5일제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중소기업들은 임금을 유지한 4.5일제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경기도에서 금속가공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직원들이 하루 평균 2시간 정도 특근을 하고, 납품 기일이 촉박해지면 주말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 상황에 따라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인건비를 추가로 지출하기도 한다”며 “일상화된 특근과 숙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 4.5일제를 시행하면 인건비 등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무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하는 기업도 있다. 자동문 제조업체 ‘코아드’는 성수기를 제외하고 연중 8개월간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 4일제에도 임금 삭감 없이 오히려 인상했다. 다만 보통의 경우 주 5일제에서 4.5일제로 전환하면 줄어든 근무시간 외 추가 근로에 따른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A씨는“근무시간을 줄이더라도 임금이나 생산성을 유지한 곳이 있고 어느 사업자나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라며 “다만 숙련 인력 확보나 비용 등을 고려해 보면 몇몇 성공 사례를 일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 정보 게시판 모습./연합뉴스

근로자들은 업종과 근무 형태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화장품 회사 업무 지원팀에 재직 중인 B씨는 “임산부들이 단축 근무하는 것을 보면 근무시간이 짧아져도 맡은 업무를 다 처리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조업과 소규모 회사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리 제품 제조업에 근무하는 C씨와 IT 스타트업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D씨는 “당장 한 명이 빠지면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메워야 하고 업무 일정이 여유롭지 않아 추가 근무가 잦다”며 “급여도 낮아 임금을 삭감하고 주 4일이나 4.5일제를 시행하더라도 근로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경영계는 “대체 인력이나 충분한 인건비 지원 없이 거칠게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방향성에 공감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은 중소기업이나 근로자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며 “업종 특성과 기업 규모를 고려해 유연한 도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