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토종 OTT’의 탄생이 9부 능선을 넘어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국내 OTT인 티빙과 웨이브의 조건부 합병을 승인하면서다. 하지만 공정위 승인이 ‘합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티빙과 웨이브의 실제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선 양사 주주 전원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티빙의 최대주주(48.9%)인 CJ ENM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주도하고 있지만, 티빙의 지분 13.5%를 보유한 KT(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과 관련, 찬성 또는 반대 등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외 티빙, 웨이브 주요 주주 대부분은 합병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웨이브 지분은 SK스퀘어가 40.5%를, 나머지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각각 19.8%씩 보유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공정위는 이날 티빙과 웨이브가 내년까지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CJ ENM과 티빙이 지난해 11월 웨이브의 이사 8명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5명과 감사 1명을 자사 임직원으로 겸임시키도록 하는 ‘임원 겸임 기업결합심사’ 신청에 따른 것이다.

토종 OTT인 티빙과 웨이브는 글로벌 1위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합병이 지연되면서 주식취득 등 일반적인 기업결합이 아닌, ‘임원 겸임 형태의 기업결합’에 나섰다. 이는 티빙의 주요 주주인 KT가 찬성 등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선택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KT 측은 “티빙의 주요 주주로서 티빙·웨이브 합병이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CJ ENM은 주주 협의를 거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CJ ENM 측은 “성장 한계에 처한 K콘텐츠 생태계 발전과 성장을 위해 대부분 주주가 합병에 동의한 상황”이라며 “협의를 통해 주주의 동의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티빙·웨이브의 기업결합 심의 결과, OTT 시장 내 실질적인 경쟁 제한 우려가 일부 존재한다고 판단해 두 회사의 현행 요금제를 내년 12월 31일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티빙과 웨이브가 통합 서비스를 출범하더라도 기존과 유사한 가격과 서비스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하고 이를 내년 12월 31일까지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