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방산을 축으로 한 SNT그룹의 지주사 SNT홀딩스(036530) 주가가 연초 2만2000원에서 지난 4일 5만7500원으로 161% 상승했다.
자동차 부품과 소구경 화기를 생산하는 SNT모티브(064960)와 전차용 변속기 등을 제조하는 SNT다이내믹스(003570)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SNT그룹이 자사주를 활용해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자본시장 공약으로 내건 상황에서 SNT그룹이 자사주 매각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한 것이다.
SNT그룹은 지난달 23일 사모펀드 운용사 IMM크레딧앤솔루션이 SNT홀딩스, SNT다이내믹스 등 그룹 계열사에 대해 2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NT홀딩스의 자사주 2.68%(200억원)와 이 회사가 보유한 SNT에너지(100840) 지분 7.84%(700억원) 등 900억원 규모다. SNT다이내믹스의 자사주 7.59%를 대상으로 1100억원의 교환사채도 발행한다. 이 자금은 내달 14일 SNT그룹으로 유입되고, 그룹은 이를 연구개발(R&D)과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IMM크레딧앤솔루션이 추후 교환사채의 교환권 행사 시 자사주가 시장에 풀려, 최평규(73) SNT그룹 회장의 SNT홀딩스 지분 희석으로 인한 그룹 지배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SNT그룹 측은 “최 회장이 SNT홀딩스 지분 50.76%를 보유한 상황으로, 유효 지분율이 다소 낮아질 수는 있지만,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NT그룹은 오히려 R&D 강화를 통한 성장을 밝힌 게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줬다고 했다.
◇R&D 경영…車부품, 방산 두 축으로 성장
‘R&D 중심 경영’은 SNT그룹 창업주인 최평규 회장의 핵심 성장 전략이다. 경희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인 최 회장은 늘 기술을 강조한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핵심 기술의 독자 개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 임직원에게 혁신을 주문했다.
실제로 SNT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 대비 R&D 비중을 보면, SNT모티브는 2.1%(199억원), SNT다이내믹스는 2.6%(159억원)에 이른다. 국내 제조 중견기업의 경우 연간 100억원이 넘는 R&D 투자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업 인수합병(M&A)도 SNT그룹의 성장 전략 중 하나다. 최 회장은 2002년 SNT저축은행(구 경우상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2004년 SNT다이내믹스(구 통일중공업), 2006년 SNT모티브(구 대우정밀) 등을 인수하며 그룹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방산 두 사업은 SNT그룹의 핵심 축이 됐다. 2004년 매출 2638억원, 영업이익 84억원이던 SNT다이내믹스는 지난해 매출 6145억원, 영업이익 1105억원으로 증가했다. SNT모티브 역시 인수한 해인 2006년 매출 5168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에서 지난해 각각 9689억원, 981억원으로 늘었다. 두 기업은 가속화되는 전기차 시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신냉전시대 여파로 인한 글로벌 방위비 급증으로 추후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 나갈 전망이다.
◇최평규 1인 체제...2세 경영은 ‘불투명’
SNT그룹의 지배구조는 최 회장 1인 체제로 명확하다. 최 회장은 지주사 SNT홀딩스 지분 50.7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동시에 SNT홀딩스가 SNT모티브(지분율 45.12%), SNT다이내믹스(42.27%), SNT에너지(60.49%)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최 회장은 SNT저축은행 지분 100%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최 회장은 SNT그룹 미래 전략을 짜는 것은 물론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회장의 사위인 김도환 SNT홀딩스 대표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주사 대표이사로 그룹 전반의 재무, 법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SNT그룹의 후계구도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최은혜(46), 최다혜(42) 두 딸과 아들 최진욱(30) 등 세 자녀를 두고 있지만, 현재 이들 중 누구도 그룹에 입사하지 않았다. 후계자로 가장 유력해 보이는 진욱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현지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자녀들의 지분율도 낮다. 은혜씨와 다혜씨가 SNT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3.94%, 2.34%를 보유하고 있고, 진욱씨의 지분율은 1.83%에 불과하다. 재계에선 진욱씨가 SNT그룹에 언제 입사할지 이후 경영수업을 어떻게 받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분 승계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지배구조 컨설팅 기업 머로우소달리의 정성엽 한국대표는 “SNT그룹은 2세들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고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지주사 지분도 적은 상황”이라며 “우선 자녀 중 누군가가 그룹에 입사하고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게 먼저 진행되고, 이후 지분 승계도 점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